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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리 앞에 훌쩍 다가온 다문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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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군에서도 다문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군은 창군 이래 처음으로 다문화 가정 출신 부사관 탄생을 앞두고 있다. 어머니가 각각 일본과 베트남 출신인 배준형(22)·한기엽(21) 부사관 후보생은 훈련을 마치는 대로 임관하게 된다. 조만간 다문화 가정 출신 장교도 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병사로는 이미 육군 179명, 공군 9명, 해병대 5명이 복무 중이다. 군이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해 2011년 1월부터 혼혈인의 입대를 허용하면서 나타난 의미 있는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결혼 이주 여성은 2011년 현재 18만8580명에 이르며, 이들의 아들 중 올해에만 1165명이 징병검사 대상자다. 2028년에는 8000명이 징병검사를 받고 1만2000명이 동시에 군복무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강조해 오던 군이 이제 다문화로 가는 한국 사회를 병영에서부터 선도하는 임무를 맡게 됐음을 뜻한다. 이에 따라 군은 다문화 가정 출신 청년이 입대한 뒤 조직생활에 잘 적응해 군인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병영문화를 적극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선 정훈 활동을 강화해 피부색이나 외모와 상관없이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며 생사고락을 같이할 군 동료임을 적극 교육해야 한다. 젊은 군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중문화 활용 교육이 특히 효과가 클 것이다. 부하와 후임을 편견 없이 다루는 지휘관과 선임병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사실 군은 새로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며 병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09년 다문화 가정 지원 지침을 만들었고, 지난해 4월엔 장교 임관과 입영 선서문의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란 부분을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로 고치기까지 했다. 이제는 지침과 문구를 넘어 병영생활에서 실질적인 상호 이해와 배려의 문화가 자리 잡도록 적극 뛰어야 한다.

 군뿐 아니라 앞으로 사회 각계각층에 다문화 가정 출신이 본격 배출될 것이다. 다문화 사회를 헤쳐갈 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과 지침이 속히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