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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노트북의 경계선을 허문다'

중앙일보

입력

IBM은 조개껍데기는 연체동물에나 어울리는 것이지 노트북에는 타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IBM은 노트북 디자인을 전통적인 형태에서 탈피해 색다르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노트북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BM의 모바일 시스템 전세계 제품 마케팅 매니저인 레오 수아레즈(Leo Suarez)는 "미래의 노트북은 조개껍데기같은 모양일 필요가 없다. 나는 그런 조개껍데기 사업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IBM은 여러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을 실험하고 있다. 여기에는 착용 가능한 PC, 시계 컴퓨터, 심지어는 전선을 직물 형태로 짠 의복에 들어간 컴퓨터까지 포함돼 있다.

오는 8일 뉴욕의 현대미술박물관은 ''워크스피어즈(WorkSpheres)''라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전시회에는 IBM의 새로운 휴대 장비인 라이프 네트워킹 인포포탈(Life Networking InfoPortal)의 프로토타입도 함께 전시될 것이다.

인포포탈은 화면에 손댈 필요없이 검색할 수 있는 기능, 지문확인 기능, 멀티미디어 통신용 통합 비디오 카메라를 특징으로 하는 컴퓨터 태블릿이다. 넓이 10평방 인치, 두께 2인치인 이 장비는 사용하는 사람에게 맞도록 스스로의 위치를 조절하는 센서 기능도 갖고 있다.

인포포탈도 가히 혁신적이지만, 착용 가능한 PC는 SF 영화에 나오는 것같은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IBM이 1990년대 말에 발표했던 본래의 착용 가능 컴퓨터는 씽크패드 570을 허리띠에 맞도록 압축시키고 머리에 쓰는 접안경에 디스플레이를 내장시킨 제품이었다.

현재 IBM은 의복에 봉제된 PC같은 대안 제품들도 개발하고 있다. 수아레즈는 "허리띠에 묶는 제품이나 머리에 쓰는 헤드셋외에도 몸에 착용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셔츠 목선을 전선으로 처리한 옷도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전선들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색상으로 나올 수 있다. 또한 그는 "디자인, 모양, 기능면에서 보면 이런 가능성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비싼 게 흠

하지만 IBM은 일부 모바일 장비들을 이 시장에 적합한 것으로 만드는 난제를 안고 있다. IBM의 손목 컴퓨터인 워치패드(WatchPad)는 훌륭한 마케팅 컨셉이지만, 대규모 시장을 겨냥하기에는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

수와레즈는 "사람들이 손목시계를 사는데 59.95달러를 지불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2,000달러라는 가격은 시계 컴퓨터를 판매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워치패드 성공의 열쇠는 사용자 가격을 500달러 밑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BM의 좀더 색다른 디자인 중 상당수는 1년 이상이 지나야 출시되겠지만, 그들은 2001년에 공급할 제품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즉 ''기술을 위한 기술''을 뛰어넘어 사람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에 치중하는 일이다.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밥 서더랜드(Bob Sutherland)는 "앞으로 우리는 IBM이 더 빠른 프로세서를 사용한 동일 제품들을 내놓기보다는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이용되는가에 좀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전략은 기대했던 성과를 올렸던 것같다. IBM은 작년 4사분기에 도시바를 앞지르고 델컴퓨터를 제압하면서 전세계 노트북 출하량에서 1위를 차지했다. 데이터퀘스트의 예비 자료에 따르면, IBM은 델의 13%에 비해 13.5%의 시장 점유율로 4사분기를 마감했다고 한다. 도시바는 12.5%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서 3위로 전락했다.

전형적인 디자인에서 탈피한 최초의 IBM 제품은 씽크패드 트랜스노트(ThinkPad TransNote)가 될 것이다. 이 제품은 이달말부터 판매될 예정으로, 손가방에 넣을 수 있도록 돼있으며, 메모장에 적은 기록들을 전송하며, 그것을 빠른 검색이나 색인이 가능하도록 저장해준다.

이런 디자인은 사람들이 컴퓨터에 대해 실제로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IBM의 희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아레즈는 "우리가 소비자 모니터 단체들에게 트랜스노트를 내놓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제품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이 제품 기능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그건 그렇고 이 제품을 어디서 살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고 싶어하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트랜스노트는 교육자, 보험 판매원, 법률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초기 관심을 끌고 있다.

수아레즈는 "우리는 지금부터 2년 후에 씽크패드가 노트북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이동성을 대표하는 제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2001년에 일어날 다른 변화들은 다소 미묘하겠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IBM이 주장하는 부분에 역시 중점이 놓여질 것이다.

IBM은 사업체에 초점을 맞춘 조치로써 씽크패드에 임베디드 보안칩을 공급할 것이다. 수아레즈는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말할 뿐 정확한 제품 출시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IBM은 이 칩을 이미 데스크톱 PC에 공급하고 있어 e-메일이나 저장된 데이터의 암호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지난 주 트러스티드 컴퓨팅 연합(Trusted Computing Alliance)은 IBM의 하드웨어 암호화 기법을 컴퓨터 데이터 보호 표준으로 선정했다.

음성인식 기술에서 앞서가는 IBM은 올해말부터 씽크패드용 마이크와 비어보이스(ViaVoice) 번들을 옵션으로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무지향성 마이크는 씽크패드 뚜껑 끝에 위치한 포르토피노(Portofino) 연결장치에 설치된다. 수아레즈는 이 마이크가 "매우 양호한 외부 확산" 사운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IBM은 포르토피노용 블루투스 안테나도 계획하고 있다. 블루투스는 전자장비들이 30피트 범위 내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선 기술로, 2002년에 붐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IBM은 두 가지 포르토피노 장비를 올해 중반에 공급할 계획이다.

다른 무선 계획으로는 올해부터 씽크패드 전 제품에 걸쳐 통합 802.11B 무선 네트워킹을 공급하는 것이 있다.

IBM은 노트북이 기업 네트워크와 인터넷에 케이블 없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는 무선 네트워킹에 대해 신중한 접근방식을 취해왔다. 왜냐하면 사업체들이 보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정당화될 만도 하다. 이번 주 UC 버클리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802.11B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된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알고리즘에 보안 결함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수아레즈가 표현한 바에 따르면, 더 큰 위협은 대기업 내부에 있는 이른바 ''게릴라 네트워크들''이다. 이런 네트워크들은 편의상 무선 네트워킹을 채택했으나 보안 기능을 올바르게 갖추지 못한 직원이나 지점의 소형 장비들이다.

수아레즈는 "IT 매니저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이런 식의 허점이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외부에 있는 누군가가 무선 노트북으로 네트워크에 침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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