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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가 전하는 도심 속의 유생 부자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유건을 쓰고 도포를 걸친 아버지와 댕기머리에 바지 저고리 차림의 아들. 지리산 청학동에서 속세를 등진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천루가 즐비한 거리를 활보하는 어엿한 도시인이다.

EBS TV〈다큐 이 사람〉(연출 최삼호)은 18일 오후 7시 20분 이색 부자가 현대문명의 바닷속에서 외딴 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인천시 계양구 임학동에서 '심전경작(心田耕作) 한문서당'을 운영하고 있는 송우영(39) 훈장은 도심 한복판에 버젓이 서당 간판을 내걸고 학동들에게 '공자왈 맹자왈'을 가르치고 있다.

더욱 놀랄 일은 이번 신학기에 중학교에 진학해야 할 아들의 학업을 중단시키고 아예 본격적으로 한학을 가르치기로 했다는 것. 학교에서 배우는 얄팍한 지식보다 성현들의 가르침을 통해 지혜와 도덕을 깨닫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버지의 못다 이룬 한학자의 꿈을 잘 아는 아들 인화(13)는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옛날 학동 차림으로 서울에 있는 서예학원에 다니는가 하면 아버지의 서당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글 공부에 열중한다.

송우영씨 부자는 아침마다 긴 머리를 정성스럽게 매만져 상투를 틀고 머리를 땋은 뒤 산에 올라가 시조를 읊는다. 이들이 산에서 내려오면 아내와 딸들은 각각 직장과 학교로 향한다.

물질문명이 가져다주는 삶의 편리성보다는 정신문명의 풍요로움을 택한 이들 부자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성공과 출세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며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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