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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잃어버린 10년] ① 4년뒤 전국을 광통신망으로

중앙일보

입력

일본 고베(神戶)시의 아와지(淡路)섬과 본토를 연결하는 아카시카이쿄(明石海峽)대교. 3천9백17m 길이를 뽐내는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완공돼 지역 명물이 됐다. 이 다리 아래쪽 철골부분에는 정보를 빛의 속도로 전송하는 광케이블이 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속도가 붙은 '전국토 광케이블 연결사업' 의 핵심 중 하나다. 오는 2005년까지 전국 모든 가정을 광케이블로 연결, 단숨에 정보화 1등국가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이다.

IT'(정보기술)' 태풍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다.

TV에서는 "IT기술을 도입해 기업을 혁신해야 한다" 는 캠페인이 밤낮으로 방송되며, 서점에는 각종 IT용어들을 설명하는 전문서적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본 외신기자센터의 스즈키 아키라(鈴木昭)과장은 "요즘 일본 최대의 유행어는 IT다. 모리 정부의 제1 중점과제가 IT여서 어느 부서든 IT를 내세우면 예산따기도 쉽다" 고 말한다.

실제 모리 내각은 지난해 말 'e-재팬' 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고도 정보통신네트워크사회 형성 기본법' 을 공표하면서 IT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총리가 본부장, 경제산업상이 부본부장을 맡는 추진전략본부까지 만들었다.

총무성의 이나무라 코보(稻村公望)정보통신정책심의관은 "우리의 목표는 구리선을 이용하지 않는 완벽한 광통신" 이라고 강조한다.

'라스트 원 마일(last 1 mile)' , 즉 3천여만 전가구를 연결하는 가입자망까지 모두 광통신망으로 깔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뒤늦은 IT바람은 장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외신기자센터의 이시즈카 마사히코(石塚雅彦)전무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을 되찾아줄 돌파구가 바로 IT" 라고 말한다.

일본 정부는 'e-재팬' 을 만들기 위해 올해 총 6천억엔을 IT분야에 편성했다. 지난해보다 공공사업은 11%, 비공공사업은 65%가 각각 늘어난 것이다.

교육에 IT를 접목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고베시의 이즈미다이(泉臺)소학교는 학생수 3백72명, 학급수 12개의 초미니 학교지만 광통신망에 연결된 컴퓨터로 주 3회 컴퓨터 수업을 한다.

타케다 야스노리(竹田泰規)교장은 "22대이던 컴퓨터를 지난해 42대로 늘리고 전체 학급에 인트라넷을 깔았다" 고 설명했다.

이 학교 6학년 다케우치 리사(竹內理紗.12)는 "인터넷 검색과 e-메일을 자유자재로 하고 홈페이지도 만든다" 고 자랑했다.

지방자치단체의 IT지원 경쟁도 치열하다.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고베시는 20여층짜리 건물이 즐비하게 재건축된 상업지역에 IT 등 신산업을 끌어들이느라 바쁘다.

효고현 기획관리부 니시카와 요시히코(西川嘉彦)과장보는 "다른 지역에 IT업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중소기업들에 최대 3년간 총 3억엔을 지원해 준다" 고 말했다.

외국인력 수입에 배타적인 태도도 IT인력에 대해서만은 바뀌고 있다.

외무성은 2주 후로 예정된 인도 총리의 방일에 맞춰 인도 소프트웨어 인력에 3년짜리 특별비자를 발급해 준다는 파격적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20만명이나 모자라는 IT인력을 수입해서라도 IT강국으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로부터 '배울 것은 배운다' 는 자세의 변화도 뚜렷하다.

지난 9일 오이타(大分)현 벳푸(別府)시에서 열린 한.일 전자상거래(EC)정책협의회와 워크숍에 참석한 후루타 하지메(古田肇)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 심의관은 "한국의 IT산업은 정부의 제도정비, 민간의 참여열기 등에서 배울 점이 많다" 고 말했다.

도쿄.고베.벳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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