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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부동산 대책 한달 그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2000가구가 넘는 래미안퍼스티지 단지 내 상가여서 손님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자가 2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손님이라곤 전세를 놓으러 온 아주머니 한 명뿐이었다.

아파트를 사려는 손님이 없다 보니 매도 호가(부르는 값)는 하락세다. 올 초만 해도 14억~15억원 선이던 전용면적 84㎡형은 현재 13억~14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중개업소 김모 사장은 “알맹이가 다 빠졌는데 (5ㆍ10 대책) 약발이 먹힐 리 없지”라며 혀를 찼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실망도 컸다. 5ㆍ10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서울ㆍ수도권 주택시장은 좋아진 게 없다. 오히려 아파트 값 하락폭이 더 커졌다. 주택 매매거래도 늘지 않았다. ‘헛물 대책’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까지 덮쳤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5ㆍ10 대책 이후 한 달 새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2조원 이상 증발했다. 지난달 10일 700조1908억원이던 시가총액은 9일 기준으로 698조760억원으로 2조1147억원 줄었다. 경기도ㆍ인천 역시 각각 1조원, 2900억원 정도 감소했다.

5ㆍ10 대책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 3구(서초ㆍ강남ㆍ송파구)도 마찬가지다. 강남 3구 재건축아파트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2834억원 감소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공급면적 36㎡형은 지난달 초 5억8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5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공급면적 119㎡형은 4ㆍ11 총선 직후 11억원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1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5ㆍ10 대책 이후 문의가 좀 늘었을 뿐 거래량은 대책 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5ㆍ10대책 약발이 안 먹히는 건 무엇보다 대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이 커서다. 송파구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부동산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나 취득세 완화 등을 기대했던 대기 매수자들이 대부분 다시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여기다 정부가 이미 시행키로 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등은 시행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19대 국회는 아직 열리지도 못 했다. 야당이 반대하면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세계 경제 불안으로 경기가 더욱 얼어붙으면서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 확대 등과 같은 대책도 힘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5ㆍ10 대책 중 그나마 효과를 기대해 볼만 게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정도다. 분양대행업체인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입지여건이 좋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는 전매제한 완화 덕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취득세 완화와 같은 수요 촉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실장은 “DTI를 풀어 주택 구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경제학부 김경환 교수는 “지속적으로 규제를 풀어야만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때 규제 완화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장이 활기를 띨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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