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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옛 지도의 매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4호 04면

독도법은 고교 시절 교련시간에 처음 배웠습니다. 교련 선생님이 무섭고 까다로운 분이셨는데, 등고선이 꼬불꼬불 그려진 지도 위로 도북 방위각, 자북 방위각 같은 얘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따분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선생님은 “이놈들아, 지도를 잘 봐라.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처음에 잘 배워두면 어디 가서 조난당해 죽지는 않을 거다”라며 수업을 계속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지도 박물관인 혜정박물관 김혜정(66) 관장님을 처음 뵈었을 때 옛 지도에서 역사를 읽는다고 말씀하시던 표정이 어찌 그리 교련 선생님과 닮았던지 혼자 웃었습니다. 김 관장님은 재일동포 3세이신데, 어릴 적부터 지도를 보는 게 그렇게 좋으셨다네요. 어느 날 동해를 ‘Mer de Coree’로 표기한 프랑스 고지도가 눈에 띄었는데, 이 지도 한 장이 한·일 영해 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동·서양의 고지도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40년이 흘렀습니다.

“정 부장, 세상을 지배한 사람들은 먼저 지도부터 챙겼어요. 지도가 있다는 것은 그 세계를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요즘 지도자들은 집무실에 지도를 걸고 있는지 몰라. 우리 박물관에 와서 옛 지도들을 꼭 보도록 해요.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저는 아직 박물관을 방문하지 못했는데, 관장님은 이번 주 책을 내셨습니다. 『고지도의 매력과 유혹』입니다. 이제 실물을 보러 갈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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