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논쟁

서류심사만으로 카지노 허가, 옳은 방법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0면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기 위한 투자에 대해 ‘사전심사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예상과 달리 외국인 자본 유치가 부진하자 투자계획서 심사만으로 내(內)인가를 한 뒤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반면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두 갈래의 의견을 들어봤다.

경제자유구역 투자 활성화 위해 필요하다

김남조
한양대 교수 관광학부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관광객의 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관광객이 도보로 갈 수 있는 지역 내에 다양한 관광시설들이 집적된 곳이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복합리조트 조성에 대한 사전심사제 도입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인식을 배경에 깔고 있다.

 사전심사제는 복합리조트에 대한 투자계획서를 사전에 심사하자는 것이다. 즉, 정식허가 신청 전에 허가 기관에서 허가 적격 여부 등에 대한 심사를 받도록 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복합리조트 시설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돼 있어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처음 보도를 접했을 때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아니라 카지노란 단어만을 접했기 때문에 내국인도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봤다. 관계 당국에 문의해본 결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국한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현행법만으로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설이 가능한데 왜 굳이 복합리조트 조성에 대한 사전심사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답은 그동안 추진돼왔던 대규모 관광 관련 사업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도 개발을 시작한 지 상당한 기간이 흘렀지만 개발을 주도할 핵심적인 시설을 유치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연쇄적인 파급 효과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대규모의 다양한 관광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게 매력 포인트다. 복합리조트는 호텔·콘도미니엄·컨벤션·테마파크·카지노시설 등과 같은 다양한 관광휴양 시설이 한 지역에 조성된 것을 의미한다. 대체로 상당한 규모로 조성되다 보니 그 투자비 또한 만만치 않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같이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기후적·사회환경적 조건 속에서 관광시설에 대한 투자는 투자가들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지 못한다. 관광시설은 대부분 장기간의 투자 회임 기간이 요구된다. 한정된 재원으로 일정 기간 내에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기업의 경우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국내외의 몇몇 민간기업들이 대규모 리조트사업을 추진했다가 결국 파산했던 데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는 ‘경제자유구역에서의 관광사업에 투자하려는 외국인투자 금액이 미 합중국 화폐 5억 달러 이상일 경우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의 허가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 시행령에는 호텔업을 포함해 3종 이상의 관광시설 경영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관광사업에 대한 경영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허가권을 갖고 있어 투자자의 입장에서 관광시설 투자와 운영 허가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복합리조트 사전심사제는 국내외 투자가의 대규모 관광시설 투자에 대한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이 입국하는 현 시점에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하는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는 것은 투자가에게는 과거와 다른 관점에서 기회의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조업이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세계경제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복합리조트와 같은 대규모 관광시설물이 외부 자본에 의해 성공적으로 조성된다면 이는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김남조 한양대 교수 관광학부

외국투자자 위험부담 우리가 떠안는 꼴

서원석
경희대 교수 호텔관광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국제 비즈니스 도시, 그리고 동북아 물류허브 및 국제레저 도시로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자유치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자 지식경제부와 인천시는 신규 투자자가 제출하는 투자계획 서류만을 심사해 카지노 허가를 내준다는 내용의 사전심사제를 추진하고 있다. 적극적인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신규 고용 창출 등을 이유로 꼽는다.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내용을 살펴보면 카지노업 신청 시 외국인 투자금액 5억 달러 중 3억 달러는 선투자해야 하며, 허가 신청 시에는 특1급 호텔 또는 국제회의 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라는 측면과 함께 외자유치 실적의 미흡으로 인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지식경제부와 인천시의 보완책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발전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소 근시안적인 조치가 아닌지, 다시 한번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자. 외국 기업들의 경우 카지노 허가가 확정되지 않은 선투자는 그 액수와 상관없이 부담스러운 의사결정임에 분명하다. 왜냐하면 투자 후 카지노 허가권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어떨까. 외국인 투자자의 선투자가 갖는 의미를 되짚어보자. 첫째, 투자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진정성을 확인한다는 측면이 있다. 만약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라면 이를 거르는 장치인 셈이다. 카지노 사전심사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자가 약속된 투자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미흡하다는 데 있다. 약속된 투자가 이행되지 않거나 이행될 수 없는 경우 카지노 사전허가를 취소해야 하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중재에 제소될 위험에 놓일 수 있다. 해외 언론들이 우리나라의 국가 신인도를 공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지나치게 극단적 상황을 상정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해외 투자자의 위험부담을 감해 주면서까지 그들의 위험부담을 우리가 다른 형태로 짊어져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해외 카지노의 국내 시장 진입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고, 양(量)보다는 질(質)적인 발전을 도모해 국내 카지노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따져보자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사전심사제를 도입할 경우 우리가 해결해야 할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서류심사만으로 카지노를 허가해 주는 사전심사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외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선투자를 요구하는 현행법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라 하더라도 일부 투자를 요구함으로써 투자자의 진정성과 열정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서원석 경희대 교수 호텔관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