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 경제 구원투수 될까 … 시장은 반신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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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이 세상을 구하러 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인 다우존스는 7일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국내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거시경제실장은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서 세계 경제를 살리는 데 작은 책임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0.5% 정도 오르던 주가 상승폭은 인민은행 기준금리 인하 직후 1.5% 정도로 확대됐다. 나중에 개장된 미국 주가도 강세로 출발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 8월 이후가 될 것으로 봤다”며 “중국 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가 그만큼 전격적이었다는 얘기다.

 중국이 다시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중국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경기부양에 4조 위안(약 786조원)을 퍼부어 자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침몰을 막는 데 큰 몫을 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다시 나서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시장에 퍼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반신반의다. 엄정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럽의 위기가 파도라면 중국의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풀장의 물결 수준을 막을 능력밖에 안 된다”며 “중국의 힘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기기엔 힘이 부칠 듯하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중국이 지난해 11월 이래 지급준비율만 세 차례 낮추고 기준금리에는 손을 대지 않다가 기준금리를 낮춘 것 자체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이 이번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는 말했다.

 일단 중국이 경기부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HSBC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선준웨는 “(금리인하는) 중국 정부가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부양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서방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면 중국 정부가 추가 인하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경기는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목표치(4%)보다 낮은 3.4%였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적잖이 낮아진 셈이다.

 중국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타오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2008년의 절반인 2조 위안 정도를 투입해 경기부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 등이 지금까지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진작에 나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오늘(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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