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시티 세븐' 전국 부동산투자자 불러들여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최영진기자]

"한국판 롯번기 힐스"

경남 창원에 있는 매머드 복합단지 '더 시티 7(The City 7)'을 부동산개발업계에서는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컴팩시티(압축도시)로 창원의 도시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롯본기 힐스는 일본 도쿄에 있는 주거ㆍ업무ㆍ상업ㆍ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기능이 함께하는 대표적인 선진국형 복합단지로, 더 시티 세븐이 이같은 컨셥으로 개발된데서 붙여진 말이다.

창원의 더 시티 세븐은 주거용 오피스텔ㆍ쇼핑몰ㆍ호텔ㆍ트레이드센터ㆍ교육문화센터ㆍ컨벤션센터 등이 한 단지를 이룬다.이 사업이 진행될 무렵 당시 국내에 이만큼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단지는 없었다. 서울 영등포의 타임스퀘어등 몇몇 복합단지가 선뵈였지만 대부분 주거단지라기 보다는 쇼핑몰 개념이 강하다.

▲ 창원 더 시티 세븐 전경

한국판 롯본기 힐스로 국내 최초의 선진국형 복합단지

더 시티 세븐이 추진될 당시 서울도 아닌 인구 50만명 가량되는 지방 도시에 이런 대규모 복합단지를 개발한다는 자체가 무모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1000가구가 넘는 43∼103평형대 주거형 오피스텔에다 대규모 쇼핑몰 등을 팔아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는 프로젝트여서 비록 창원이 잘 사는 도시라고 해도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이 제대로 분양될지 미지수였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창원시가 사업 참여자를 공모한 대원동121 일대 5900㎡(약1800평) 부지에 조성하는 복합단지 개발 프로젝트에 대기업들은 모두 외면했다.창원시는 대형 건설사에 개발사업에 참여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채산성이 없다며 발을 뺐다.

하지만 건축가이자 디벨로퍼인 도시와 사람의 하창식 회장은 "내가 해보겠노라"고 손을 들었다.창원시 공단에 외국 고객들의 내방이 잦은 데도 변변한 컨벤션센터와 고급호텔 하나 없다는 점을 항상 아쉬워했던 창원시는 이런 도시기반시설을 충족하는 조건의 개발 프로젝트 사업 참여자가 나타나자 매우 반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업부지는 창원시 소유였다. 시는 이 곳에 숙원사업이었던 컨벤션센터및 부대시설을 짓는 조건을 붙여 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 회장은 사업부지를 둘러본 결과 흔해빠진 주택단지 형태로 만들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대를 생활편의시설및 부대시설이 함께 하는 복합단지형 신시가지로 개발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확신을 얻었다.

창원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최고급 단지의 이미지를 갖춰야만 비싼 땅의 값어치를 충분히 살려낼 수 있고 이에 따라 사업 채산성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랬다.대부분 땅값이 비싼 상업지로 구성돼 있는 사업지에 사업성을 올리려면 비싼 주택과 고급 상가를 넣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양가를 높이면 1000가구가 넘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제대로 분양되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도사렸다.아파트도 아닌 오피스텔이라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컸다.

▲ 더 시티 세븐 세부시설

주거용 분양가를 낮춰 수요자 관심 집중시켜 대 히트

하 회장은 여기서 역발상으로 방향을 틀었다.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사업구도를 잡았다.

땅값이 비싼 곳에다 어떻게 분양가를 낮출 수 있을까. 건물 높이를 올려 연면적을 키우면 상대적으로 평당 분양가는 낮아진다. 여기다가 상업시설을 제값받게 계획하면 전체 자금흐름 상 주거용의 분양가를 더 낮출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상업지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아닌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정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층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 깔려있었다. 주상복합은 충수를 너무 올리면 거부반응이 생길 수도 있지만 오피스텔은 용도상 업무용이어서 저항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주거용 분양에서 대 히트를 치면 그 영향으로 상업시설도 제값받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전략도 깔려있었다.

"주거용 분양가를 최대한 낮춰보자."
주변 시세의 80∼90%선으로 맞추면 창원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곳으로 집중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될 것으로 진단되었다.

이런 저런 시물레이션을 돌려본 후 정해진 오피스텔 분양가는 평당 757만∼1197만원. 당시 창원의 주택난으로 대형 평수 아파트는 평당 1000만원을 호가했다. 최상층에 구성된 100평이 넘는 초대형 펜트하우스는 창원에서 처음 선보이는 타입이다. 큰 평수의 분양가는 옵션가격을 뺀 금액이어서 외견상 싸게 느껴졌다. 이런 전략은 '분양가 편법 책정'이라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청약자 대거 몰려 당첨 프리미엄 그 자리에서 몇 천만원 붙어


상황은 생각대로였다. 2005년 6월. 창원이 들썩거렸다. 추첨방식으로 당첨자를 결정하는 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려는 청약자들이 밤을 새며 3∼4km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청약경쟁률은 38:1. 투기열풍이 거셌다. 서울을 비롯한 타지의 투기자들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창원이 졸지에 유명세를 탔다. 창원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된 추첨 현장이 TV에 생중계 될 정도였으니 그 당시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광풍 탓에 전매가 가능했던 오피스텔은 그 자리에서 몇 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으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한바탕 잔치를 벌인 셈이다.

43층 규모 2개동,32층 2개동에 총 1060실의 주거용 오피스텔은 엄청난 광고효과까지 얻어가면서 대 히트를 쳤다. 개발 컨셥도 좋았지만 주택시장 호황기에 분양을 개시해 타이밍도 잘 탔다.

상가는 너무 욕심부려 실패-지금도 빈 상가 존재

상가는 어떻게 되었을까.계획대로 제값 분양에 성공한 것인가.아쉽게도 싶패했다. 생각만큼 인기가 좋지 않았다.

오피스텔에서 떼돈을 벌게 된 사업자는 자금 여유가 생기자 상가를 분양 아닌 회사 관리의 임대매장으로 만들어 활성화시킨 뒤 비싸게 판다는 작전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입주 무렵 터진 미국 금융위기로 상가임대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한참 동안 고생했다. 지금도 빈 상가가 있을 정도로 쇼핑몰에 욕심을 부려 전체 자금흐름에 부담을 주었다.

특히 상가 설계과정에 건축가로서의 의지가 너무 담겨버렸다.작품 욕심을 냈다는 뜻이다.상업시설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미국 저디스 파트너쉽 설계회사에 쇼핑몰 기획을 맡겼다.

고급화시켜 분양가도 높게 받겠다는 생각도 가미되었다. 과욕을 부린 것이다.
결과는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컨셥이라는 지적이 강했다.

분양이 부진하자 대형 쇼핑회사에서 매장 전체를 넘기라는 제안도 나왔다. 이곳 주민들은 개발회사가 이 제안을 거절한 게 큰 실수라고 얘기한다.

대형 쇼핑회사가 들어왔더라면 상업시설이 활성화돼 이 곳이 더욱 명물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어 하는 이가 많다.

호텔은? 성공을 한 편이다.분양한게 아니리 직영체제 형태여서 투자금은 천천히 회수된다.특급호텔이 없는 창원이라 객실 가동율은 80∼90%대수준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특급 호텔을 소유하고 싶어 직영화했다는 후문도 있다.

▲ 창원 더 시티 세븐 단지배치도

주거용 공사부실로 하자민원 잦아

레지던스와 오피스 기능이 있는 트레이드 센터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초기에 분양이 잘 안됐지만 오피스텔에서 얻은 수익이 워낙 커 전체 프로젝트 진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더 시티세븐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당초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하지만 초창기 오피스텔이 잘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대 성공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입주 시점에 잔금납부가 미진해 좀 애를 먹었지만 그런대로 자금이 굴러가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익을 많이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양 당시의 인기와 달리 큰 재미를 못 봤다는게 부동산 중개업계의 평가다.프리미엄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일찍감치 전매한 사람은 돈을 벌었지만 실제 입주자들은 주거용 오피스텔 인기가 떨어져 초창기 형성된 프리미엄도 사라지는 등 본전도 못건진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준공후 주택부문의 끊임없는 하자발생으로 이곳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시공사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거ㆍ호텔ㆍ상업ㆍ업무ㆍ문화시설이 함께하는 이 프로젝트의 총 건물 연면적은 42만2632㎡(약 12만8000평)으로 공사비는 8000억원.오피스텔은 GS건설이 지었고 호텔은 현대건설, 쇼핑몰은 KCC건설이 맡았다.

2005년 5월 착공에 들어가 쇼핑몰은 2008년6월 그랜드 오픈했고 주거는 2009년 2월 입주가 시작됐다. 단지내 들어 있는 컨벤션센터는 창원시가 직접 관장해 건설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