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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프랑스 파리 사크레 퀴르 대성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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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종이에 먹펜, 41X58㎝, 2012

지난 2001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준공식에서 대통령이 건설회사 사장은 소개하면서 설계를 한 건축가는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설계자인 류춘수 건축가는 “출판기념회에서 출판사 사장은 소개하고, 저자 소개를 빼놓는 격”이라며 잘못된 관행을 지적했습니다.

 프랑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 건축물마다 건축가 이름이 소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펠탑처럼 설계자의 이름이 건물명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역사는 글로 쓸 수 있지만 건축으로도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몽마르트르 언덕은 해발 129m밖에 안 되지만 평지인 파리에서 제일 높은 곳입니다. 이 언덕에 사크레 퀴르 성당이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모습으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1870년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는 파리 시민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기 위해 몽마르트르 언덕에 성당을 세우기로 합니다. 총 77개 응모작 중 ‘폴 아바디’의 비잔틴식 작품이 채택되어 1875년 공사를 시작합니다.

 약한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40년이 걸렸습니다. 공사비도 일곱 배나 늘었으나 모두 시민이 부담하여 1919년 완공을 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희어지는 돌로 만든 높이 83m, 폭 50m의 거대한 돔은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랜드마크입니다.

 성당 계단에 앉아 파리 시내를 내려다본 뒤 성당 왼쪽으로 돌아서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려 주는 테르트르 광장을 둘러보면 파리의 절반은 본 셈이 됩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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