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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51> 인도네시아 인기배우 레발리나 에스 테맛이 꼽은 최고의 촬영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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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촬영한 이번 드라마에서 나는 한국 가수 팀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와 함께한 3월의 평창은 봄이란 게 무색할 만큼 새하얀 눈밭이었다.

나는 인도네시아의 여배우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한류 열풍이 거세다. 그 열기에 힘입어 올해 초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첫 합작 드라마가 기획됐다. 드라마 제목은 ‘사랑해, I Love You…’인데, 아주 달콤한 러브 스토리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한국 가수 팀과 함께 국경을 초월한 연인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지난 3월 중순 나는 드라마 촬영차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공항을 나서는데 하얀 입김이 나왔다. 따뜻한 인도네시아를 떠나 한국에 왔다는 게 그제야 실감이 났다.

롯데월드·남산·경복궁 등 서울의 명소와 부산, 2018 겨울올림픽이 열릴 강원도 평창 등…. 우리 촬영팀은 4월 초 인도네시아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한국의 가장 ‘핫(Hot)’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촬영을 했다. 보름 동안 만든 추억이 셀 수 없이 많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꿈도 못 꿀 짜릿한 일탈도 만끽했다. 특히 세 곳의 촬영지는 두고두고 내 가슴에 남았다.

경복궁·한옥마을은 들어봤는데 … 홍대?

한국인 친구가 나에게 한국 젊은이의 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홍대 앞’을 걷는 모습만 촬영하면 된다는 설명에 나는 냉큼 물었다. “경복궁, 한옥마을은 들어 봤는데… 홍대?” 한국인 스태프가 “‘홍대’는 홍익대학교의 줄임말로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유명한 학교”라며 “특히 홍대 앞 거리는 한국의 젊은이가 자주 와서 노는 명소”라고 귀띔해 줬다.

말 그대로 홍대 앞은 골목마다 개성이 넘쳤다. 제일 인상 깊은 건 길거리 공연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어린 학생 셋이 거리에서 신나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관중도 리듬을 맞추며 공연을 즐겼다. 한없는 자유와 열정이 느껴졌다. 나는 추운 것도 잊고 그들의 젊음에 넋을 잃었다.

인드라 감독님이 장난스레 나를 군중 한복판으로 떼밀었다. 나도 흥이 나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촬영은 어느새 뒷전이었다. 모든 걸 잊고 나를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곳. 홍대 앞은 그런 곳이었다.

롯데월드의 가면무도회 퍼레이드. 백작부인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재밌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엔 없는 실내 테마파크 롯데월드

롯데월드는 드라마에서 팀과 나의 로맨스가 싹트는 장소였다. 가면을 쓴 팀이 퍼레이드를 구경하던 내 앞에 나타나 춤을 권하는 장면이었다. 가면무도회를 테마로 한 퍼레이드가 오후 2시 딱 한 번 공연될 예정이었다. 시간관계상 재촬영은 없었다.

이윽고 이탈리아 귀족처럼 화려하게 치장한 공연단이 나타났다. 가면을 쓴 채 능청스레 우아함을 과시하는 백작 부인이 재밌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느새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어졌다.

인도네시아에도 유명한 테마파크가 있지만 롯데월드 같은 실내공간을 갖춘 곳은 없다. 인도네시아에도 이처럼 크고 시원한 실내 테마파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더위가 일상인 나라의 국민으로서 진심으로 부러웠다.

(위) 홍대앞은 골목마다 개성이 넘친다. 열정으로 무장한 무명 뮤지션의 거리 공연에는 늘 관중의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아래) 한국 어딘가에서 촬영에 몰두하던 내 모습. 이 모니터 속 장면들도 이제는 다 추억이 됐다.

봄인데도 하얀 평창

한국에 가기 전까지 나는 눈을 TV로만 봤다. 인도네시아 사람 중에는 평생 한 번도 눈 구경을 못 하는 사람도 있다. 눈을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 구름처럼 폭신폭신할까? 지난 3월 평창에서 그 모든 의문이 풀렸다.

봄인데도 평창은 새하얀 눈밭이었다. 야외촬영을 하던 날은 폭설주의보까지 내렸다. 한국에서도 이맘때의 폭설주의보는 드문 일이라고 했다. 드라마에서 팀과 내가 길을 잃고 모닥불을 피우는 장면이었는데 눈발이 미친 듯이 휘날렸다. 그날 나는 생전 처음으로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를 경험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한국 스태프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지금은 평창의 눈과 아름다운 설원이 문득 문득 그리워지곤 한다. 오는 7월 우리 드라마가 인도네시아에서 방영되는 걸 보면 또 한국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아주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2탄을 찍으러 다시 한국에 갈 테니까. 그때까지 한국이 아주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레발리나 에스 테맛(Revalina S Temat)

1985년 인도네시아 출생. 패션지 ‘가디스 삼풀(Gadis Sampul)’에서 개최한 모델 선발대회에서 발탁돼 모델이자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프르치칸(Percikan)’ ‘산쿠리앙(Sankuriang)’ 등으로 사랑을 받았다. 2009년 영화 ‘터번을 쓴 여인(Prempuan Berkalung Sorban)’에 출연해 그해 인도네시아 무비 어워즈에서 인기상, 반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3월 한국·인도네시아 첫 번째 합작 드라마 촬영차 한국에 다녀갔다.

정리=나원정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외국인 독자 여러분의 사연을 받습니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담당자에게 사연(A4 2장 분량)과 사진, 연락처를 적어 e-메일(jjijin@visitkoreayear.com)로 보내 주십시오. 원고가 선정되면 한국방문의해위원회에서 소정의 고료와 롯데월드에서 자유이용권 2장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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