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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타로 감독의 〈X-CLAMP〉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감자더미의 산'이라는 의미를 가진 'CLAMP'. 원래는 코믹 같은 행사장을 떠돌면서 자신들이 그린 동인지를 팔곤 했었던 동호회였다.

'이가라시 사츠키' '오오카와 나나세' '네코이 밋쿠' '모코나 아파파'의 여학생 4명만으로 이루어진 이 팀이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로 성장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계 최고의 신데렐라 스토리다. 더욱이 작년도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그녀들의 작품인 〈카드캡터 사쿠라〉가 뽑혀 그들의 주가는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동인지 출신인 만큼, 그들의 작품은 여러 장르를 다루고 있다. 순정물에서, 폭력물, 그리고 꽤나 사상적인 의미를 담은 것까지 다양하다. 그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먼저, 세계적인 히트를 친 작품이자, 이번에 국내에서 비디오로 발매된 작품이 바로 〈X-CLAMP〉이다.

원래 〈X-CLAMP〉는 CLAMP의 4인조가 만화잡지에 연재를 하고 있었던 작품이다. 주인공인 카무이는 어머니의 유언으로 '검'과 함께 오랜만에 동경으로 돌아오고, 그 때 마침 지구의 운명을 건 지룡과 천룡의 싸움이 시작된다.

천룡은 지구를 현재 그대로 지키려고 하고, 지룡은 지구를 파괴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카무이는 천룡의 편이 되고, 카무이의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인 후마는 지룡의 편이 되어 지구의 운명을 걸고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 그리고 그 사이에서 카무이가 사랑하는 여자이자, 후마의 여동생인 코토리는 싸움에 휘말리고...

이 영화는 시작하는 순간부터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다. 오프닝에서는 보다 먼저 만들어진 'CLAMP'의 대표작 〈동경 바빌론〉의 두 주인공 '스메라기 스바루'와 '모리 세이시로우'의 싸움이 결말부터 보여지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빌딩을 완전히 부숴 버리는 치열한 전투를 펼친 끝에 결국 두 사람 모두 죽어버리지만...

전투가 계속되면서 천룡도 지룡도 죽어가게 된다. 그 속에서 카무이는 천룡이 옳은지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되고, 후마가 자신의 여동생인 코토리를 죽이면서까지 '검'을 갖게 되자, 카무이는 후마와 싸운다.

마지막 싸움이 벌어질 곳은 동경 타워. 카무이는 후마를 죽이고 세계를 구하지만, 코토리도 죽고, 절친한 후마도 죽고 그리고 천룡도 지룡도 모두 죽고 남은 카무이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페이드 아웃...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전투 장면이다. 당시로서는 최고의 힘을 쓴 컴퓨터 그래픽(CG)을 이용해서 결계를 쳐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이 애니메이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투가 끝날 때마다, 결계가 풀리면서 동경 시내의 주요 빌딩들이 무너져가는 모습은 압권이다. 영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진짜 같은 빌딩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환호성과 놀라움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뭐니 뭐니해도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는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린타로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로 스토리가 볼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만화로서도 아직 연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스토리를 마무리지을 것인가를 상당히 고심했다고 알려진 작품인데, 린타로 감독은 아직 있지도 않는 엔딩을 만들어 스토리로서의 완결성을 추구했다.

게다가 보다 앞서 만들어진 〈동경 바빌론〉에서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를 이어 완성시키는 등, 완결성 추구라는 점에서는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모두 죽는다는 내용은 팬들은 물론이고 많은 애니메이션 평론가들에게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서 린타로 감독은 상당한 불만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는 등장 인물들의 의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CLAMP의 의상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만들어낸 의상은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한번쯤은 만들어 입어본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또한 그들의 애니메이션 의상으로 의상을 직접 만들어 파는 메이커도 있다고 한다.

색상의 조화나 아름다운 색감이 디자이너들에게 호평이라고 한다. CLAMP의 주인공 네명을 모델로 한 의상 화보 집이 따로 나올 정도로 의상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 작품이다.

그러나 일면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워낙 인기 있는 만화인데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평한 작품이기에 권할 만한 작품으로 꼽고 있다.

끔찍한 장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물론 우리나라에서 나올 비디오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도가 지나친 장면들이 있다. 자칭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반드시 볼 만한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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