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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작품성, 탄탄한 연기력에 무대는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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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내 최고의 뮤지컬 잔치인 제 6회 더 뮤지컬 어워즈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작품상 부문은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기존에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최우수 외국 뮤지컬상·베스트 리바이벌상으로 구분해 시상하던 것을 ‘올해의 뮤지컬’ 하나로 통합해 시상하기 때문이다. 후보작으로는 국내 창작 뮤지컬 1편, 라이선스 뮤지컬 3편, 합작 뮤지컬 1편이 올랐다. 지난 1년 객석을 뜨겁게 달궜던 후보작 다섯 편을 소개한다.

넥스트 투 노멀
무너진 가족 심리묘사 탁월

이 작품이 후보에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09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거머쥐었고, 2010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검증받았기 때문에다. 지난해 11월 국내 초연됐을 때도 “드라마·음악·무대연출까지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라며 호평이 쏟아졌다.

 병으로 숨진 아들을 18년 째 잊지 못해 환각에 시달리는 40대 주부 다이애나와 그의 정신착란에 점점 멍들어가는 한 가족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특히 감옥처럼 보이는 3층짜리 철제 구조물을 무대 전면에 내세워 파편화된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20년 만에 배우로 무대에 선 박칼린 뮤지컬 음악감독(다이애나 역)의 연기도 화제가 됐다. 청강문화산업대 이유리 교수는 “애초 탄탄한 원작을 잘 구현해냈고, 연극적 요소가 강한 연기를 배우들이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등 연출진과 배우 사이의 끈끈한 팀워크가 수작을 빚어냈다”고 평했다.

닥터 지바고
조승우 섬세한 감정연기 일품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올해 초 베일을 벗었을 때 소설과 영화의 명성을 잇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반전은 뒤늦게 합류한 조승우로부터 시작됐다. 러시아 혁명기의 격변 속에서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는 유리 지바고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면서 작품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조승우가 출연한 공연의 객석점유율은 90%를 넘어섰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환골탈태한 작품이다. 얼굴 각도 만으로도 감정을 달리 표현해내는 조승우의 섬세한 연기가 작품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동명의 원작 소설 및 영화와 다른 점은 러시아의 복잡한 역사적 배경 설명을 간소화시켰다는 것. 전장과 피난처로 이어지는 의사 지바고와 간호사 라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 기획단계부터 호주·미국·한국의 프로듀서가 합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다. 내년 웨스트앤드 공연이 확정됐고, 미국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셜록 홈즈
드라마·음악의 조화 난제 해결

후보작 중 유일한 창작 뮤지컬이다. 3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지난해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이미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작곡상·극본상 등을 수상하면서 수작임을 검증받았다. 그간 창작 뮤지컬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드라마와 음악의 부조화를 극복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뮤지컬로 만들기에 어려운 미스터리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스토리를 정교하게 엮어낸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원종원 평론가는 “전세계적으로 셜록 홈즈가 재조명되는 트렌드 속에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왓슨을 여자로 설정한 것은 파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각 배우들이 원작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냈다는 평이다. 각 부문에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은 ‘셜록 홈즈’는 올해의 뮤지컬 부문을 포함해 올해의 창작 뮤지컬·극본상·작사작곡상 등 주요 10개 부문에 후보를 올렸다.

엘리자벳
옥주현·김준수 배우의 재발견

상반기 티켓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벳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유명인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들이 리얼리티에 집착하다가 종종 극적인 부분을 놓치고 마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죽음’이란 상상의 캐릭터가 엘리자벳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비극이 잉태되었다는 설정은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또 엘리자벳을 암살한 루케니가 작품 해설자로 등장하면서 당시의 역사를 참신한 시각으로 풀이했다는 평이다.

 특히 옥주현·김준수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또 고전적인 음악과 화려한 의상, 수시로 바뀌는 무대장치는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모범답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증명하듯 이번 뮤지컬 어워즈에서도 역대 최다인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올해의 뮤지컬 수상 여부뿐만 아니라 몇 개의 트로피를 가져갈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조로
화려한 볼거리로 돋보이는 대중성

집시의 정열을 담은 플라멩코 군무부터 공중액션과 스펙터클한 검술대결까지 눈을 즐겁게 할 만한 요소가 충만한 작품이다.

 페루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조로』가 원작이다. 2008년 영국 런던 초연 이후 프랑스·브라질·일본·러시아 등을 거쳐 한국에 왔다. 19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집시들과 함께 방랑생활을 하던 귀족 출신 디에고가 마스크를 쓴 영웅으로 거듭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 버전에서는 ‘지킬 앤 하이드’를 성공시킨 지한파 연출가 데이빗 스완이 원작을 한국적으로 과감하게 각색했다.

 특히 조승우·박건형·김준현의 변화무쌍한 조로 연기가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데이빗 스완이 “한국에서 8년간 경험한 앙상블 중 최고”라고 단언했을 만큼 좋은 무대를 보여줬다. 이유리 교수는 “뮤지컬이 기본적으로 쇼비즈니스라고 했을 때 ‘조로’는 후보작 중에 대중성과 흥행성, 화제성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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