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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연구 과정의 정직성이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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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줄기세포학회가 엊그제 서울대 수의대 강수경 교수의 국제 학술지 논문에 대해 과학적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2008년과 지난 1월 각각 출간된 논문에서 사용한 실험 결과 사진을 최근 게재된 논문에 중복 사용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각각의 실험에서 사용된 물질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복수의 논문에서 사용된 사진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강 교수의 논문은 해당 학술지 편집진의 결정에 따라 이미 게재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칫 이번 일을 계기로 2005년 황우석 사건 이후 오랫동안 이 분야 연구의 발목을 잡아왔던 논문 조작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서울대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이번 논문의 문제를 다룬다고 하니 단순 오류인지, 아니면 조작이 있었는지 조만간 진상이 드러날 것이다. 강 교수가 줄기세포 분야에서 촉망받는 연구자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 분야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성장동력 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파문이 조기에 종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동안 연구자들이 애써온 노력이 국제 논문 취소 소동으로 폄하(貶下)돼서는 안 되며, 줄기세포 강국으로 가려는 우리의 국가적 의지가 자칫 꺾여서도 안 된다.

 다만 우리 과학계가 그동안 세계를 놀라게 하는 연구 결과에만 주목했을 뿐 연구 과정의 진실성과 정직성은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물론 국내 연구자들이 논문 편수에 의해 평가받다 보니 연구 실적을 서둘러 내야 하는 등 극심한 경쟁에 시달려 왔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당장 성과를 볼 수 있는 연구에만 연구비를 지원해 결과적으로 성과 내기 위주의 폐단을 키운 잘못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문의 영역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의 정직성이 우선돼야 한다. 대수롭지 않은 실수라 하더라도 이 때문에 연구 결과까지 의심을 받는 상황 아닌가. 이제 우리 연구자들은 과정과 절차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연구의 권위도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