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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이 때렸다고, 근무 거부한 현대차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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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7일 울산공장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경비원(왼쪽)과 노조 간부. [사진 노조 소식지]

현대자동차 노조가 회사 측 경비 용역업체 직원(경비원)이 노조 간부를 폭행했다며 2주일째 주말과 휴일 근무를 거부하고 있다. 주말·휴일근무 거부는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노조 동의를 얻어 사실상 정상근무처럼 해 오던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는 생산 차질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지만 노조에 출근을 요구할 수도 없고,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도 할 수 없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노조의 휴일근무 거부 사태는 지난 17일 오후 1시쯤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에서 비롯됐다. 이날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 20여 명이 현대차 공장 내 노조 사무실로 들어가려 하자 회사 측 경비원 4명이 막았다.

 경비원들은 노사 합의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조 간부 11명을 제외한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들의 출입을 막은 것이다. 순간 현대차 노조 소속 방송용 승합차 1대가 나타났다. 승합차 등에서 붉은색 머리띠를 한 현대차 노조 간부 30여 명이 한꺼번에 내렸다. 곧바로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시작됐다. 10여 분 뒤 마이크 봉으로 추정되는 길이 30㎝짜리 금속 봉이 몇 차례 허공을 갈랐다. ‘윽’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김홍규(49) 현대차 노조 수석부지부장과 회사 측 이범용(49) 경비원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주저앉았다. 김 부지부장은 전치 5주, 경비원 이씨는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다.

 노조는 이날 “ (우리도) 회사 간부는 안 건드리는데 회사 측 경비원이 노조 간부를 때렸다”며 주말인 19·20일, 26·27일, 석가탄신일인 28일까지 2주일치 휴일근무를 모두 거부했다. 휴일 근무 거부에는 울산·전주·아산공장 생산직 2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경비원 이씨는 “노조간부를 폭행하지 않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휴일근무 거부로 회사 측은 신형 싼타페 등 1만4941대의 차량을 만들지 못해 3080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수출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노조는 “책임자 처벌 등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평일 시간외 근무(잔업)까지 거부할 수도 있다”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 측은 김홍규 수석지부장 등 노조 간부 6명을 업무방해와 폭행 혐의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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