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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 몽골에 ‘수원시민의 숲’가꾸는 시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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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21일 몽골 에르덴솜 지역에서 나무를 심기 위해 양동이로 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지난 21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사막지대인 튜브 아이막 에르덴솜. 등산복 차림의 염태영 경기도 수원시장이 구슬땀을 흘리며 삽으로 구덩이를 팠다. 귓속에 모래가루가 쌓일만큼 초속 25~35m의 강한 모랫바람이 불어댔지만 2시간여 동안 구덩이 파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깊이 60㎝ 정도까지 파내려간 구덩이에 토양 보습제를 넣고 물을 뿌린 뒤 포플러 나무를 심었다. 염 시장은 “이곳이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황무지여서 나무를 심으려면 관정굴착기를 동원해 물을 끌어올려야 했다”며 “지하수도 너무 차가워 반나절 정도 임시 저수조에 저장한 뒤 나무에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염 시장과 함께 수원 시의원·시민, 대학생 자원봉사단 등으로 구성된 휴먼몽골사업단 단원 47명과 원주민 50여 명도 동참했다. 이들은 다음날까지 이틀간 비술나무 등 방품림 500여 그루와 몽골에서 ‘비타민 나무’로 불리는 차차르간 등 유실수 500여 그루를 심었다. 다음 달까지 나무 9000여 그루를 추가로 식재할 예정이다.

 염 시장이 수원시민의 숲 대상지로 에르덴솜을 정한 것은 이전에 농작물의 경작이 가능한 지역이었으나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인해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방풍림 조성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염 시장은 “최근들어 울란바토르시에 불고 있는 건설 붐으로 인해 과도한 골재 채취가 이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지반이 침식되는 등 주변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지난해부터 에르덴솜에서 벌이고 있는 ‘수원시민의 숲’(96㏊ 규모) 조성사업은 시민들의 참여가 잇따르는 등 시민운동으로 정착되고 있다. 시민의 숲 조성사업은 환경운동가 출신인 염 시장이 2010년 7월 취임한 후 추진한 첫 국제 환경운동이다. 지난해 3월 환경단체와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하는 ‘휴먼몽골사업단’을 발족하고 에르덴솜에 매년 1만 그루씩, 2020년까지 10만 그루를 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해 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5월부터 자원봉사자와 학생, 비정부기구(NGO) 등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꾸렸다. 올해에는 인계동과 율전동 주민대표 등도 동참했다. 매년 소요되는 예산 2억원 중 1억5000만원은 시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시민성금으로 충당한다.

 염 시장은 이번 몽골 방문 중 지난해 심은 나무 1만 그루도 살펴봤다. 이 가운데 90% 정도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무만 심고 방치했다가는 한 달도 되지 않아 고사할 것으로 예측한 그가 현지민 25명을 고용해 유지·관리를 맡긴 것이 주효했다.

 염 시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몽골의 사막화와 황사 발생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원시와 시민이 황사 발생 방지를 위해 몽골의 사막화 방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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