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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SM·JYP 신화 이끈 ‘인간적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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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신헌철
SK미소금융재단 이사장

동물세계에서 상호관계와 리더십은 정말 중요한 생존요소다. 아프리카의 케냐 강물을 찾아가는 누 떼, 시베리아의 얼어붙은 툰드라를 헤쳐 나가는 순록 떼, 수천리 남쪽 길을 찾아 V자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 속에서 리더들의 놀라운 역할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 더욱이 인간세계에서 관계와 리더십은 훨씬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닮아 가려 애쓰고 있고 특히 자라나는 후세대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지난 4월의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많은 사람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리더십이 우리 사회의 한 모습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문제를 비판하고 국민적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터프한 표현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인터넷 방송에서 쓰이던 특정집단의 언어를 일부 사회 리더가 주도적으로 쓰면서 그것을 부추기거나 묵인하는 사회병리 현상의 확산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널리 퍼져 있다는 것에 더욱 놀라게 됐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늙고 병든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도나우 강 최전선의 젊은 최고사령관 ‘막시무스’를 아들 대신 후계자로 삼고 싶어 하지만 막시무스는 전쟁이 끝나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돌아가겠다고 대답한다. 이들의 대화 내용을 알게 된 황제의 아들 콤모두스는 제 가슴으로 아버지를 눌러 질식사시킨다. 갑작스러운 황제의 부음을 듣고 달려온 막시무스에게 충성맹세를 요구하지만 막시무스는 콤모두스의 손에 입 맞추기를 거부한다. 파란만장한 검투사로서의 막시무스는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로마황제인 콤모두스와 운명의 결투를 벌이게 된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리더의 인간관계와 리더십을 생각할 때마다 이 영화를 떠올리곤 한다.

 리더십은 한마디로 ‘사람을 반하게 하는 인간적인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이며 공동의 목적을 이뤄 가는 조직에서는 리더를 믿고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경영의 핵심 요소는 사람이고 경영자의 압축요건은 리더십이므로 ‘인사가 만사’라는 것도 사람의 중요성을 핵심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방콕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3가지 색깔의 붓을 차례로 받아 종이 위에 꽃나무를 그려내면 많은 관중이 박수를 친다. 그러나 사람들은 코끼리를 가르친 사람을 훌륭한 경영자라기보다는 유능한 조련사로 부른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였다면 그를 경영자로 불렀을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상장기업에 속하고 있다. 두 기업의 대표는 ‘아이돌’들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동안 ‘플랜, 두, 시(Plan, Do, See: 계획하고 실천하고 관리하기)’의 경영 과정을 펼쳐오면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연예인으로도 유명했지만 지금은 경영인으로 훨씬 더 칭송받고 있는 이유는 모든 구성원을 반하게 하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40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사람을 반하게 하는 인간적인 매력을 2가지 요소로 요약해 본다. 첫째, 실패를 이겨내는 기술이다. 누구나 실패와 성공의 끊임없는 되풀이를 경험하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다음 순서는 또 다른 형태의 성공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1914년에 시작된 어니스트 섀클턴의 남극횡단 계획은 남극대륙을 밟지도 못하고 634일 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었지만 기어코 28명의 귀한 생명 전부를 살려냈다. 섀클턴의 이 위대한 실패는 아문젠의 남극 최초 등정 이상으로 오히려 더 위대한 평가를 받았다. 둘째,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세워진 목표를 마침내 달성할 수 있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은 바로 긍정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90년에 중증장애인 송명희 시인의 선교단을 창단 현장에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지켜보면서 건강한 수많은 젊은이가 그녀에게 반한 이유는 바로 긍정심이었다고 생각해 왔다. “남에게 있는 재물·지식·건강이 나에게는 없지만 남에게 없는 환상·음성·사랑·깨달음은 있으니 세상은 공평하다”고 선언하는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이 바로 리더십이었다.

 올 12월의 대통령 선거와 또 새해가 시작되면 당연히 일어날 정치·경제·사회 각 조직 변화를 통해 새로운 리더와 리더십이 새롭게 나타날 것이다. 갈수록 다양하고 역동적인 인간사회에서 가장 사람을 반하게 하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리더와 리더십을 보고 싶다.

신헌철 SK미소금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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