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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물리적 구성원 다양성보다 균형이 중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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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호 07면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흐름에 오픈돼 있는 대법관이 필요하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지난 24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실에서 만난 박노형(54·사진) 원장은 7월 임명 제청될 4명의 차기 대법관 후보의 자질로 ‘시대 적응력과 포용력’을 강조했다. 동시에 대법관을 성향에 따라 분류하는 것에는 극도로 경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양한 출신의 대법관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법관은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많은 사람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주장한다. 나는 그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법관 중 특정 학교 출신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 사람들이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생각하는 것까지 같을까, 그건 아니다. 그것보다 대법관 개개인이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관 구성의 ‘인위적 다양화’에 반대한다는 뜻인가.
“예를 들어보면 다양하게 구성원을 결정한다고 치자. 그러면 여자 대법관은 얼마나 있어야 하나. 2명이면 되나? 아니면 3명? 기준이 없는 인위적 구성은 그냥 잊어주는 게 낫다. 보여지는 다양성보다 대법관이 내적으로 갖춰야 할 더 중요한 덕목이 있다. 그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대법관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뭔가.
“대법원이라는 곳은 결정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결정이 내려지는 곳이다. 그 결정에 따라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 관계가 확정되기 때문에 대법관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판단 과정에서 개인의 성향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법리적 판단을 중심으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대법관의 덕목이다. 흔들리지 않고 얼마나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의 문제다.”

-7월 전수안 대법관이 퇴임하면 참여정부 때 선임됐던 소위 ‘독수리 오형제’ 대법관들이 모두 물러나게 된다.
“흔히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분들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성이 반영된 케이스라고 본다. 하지만 이들이 대법관 자리에 들어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원래 대법원이 그런 곳이다. 법리적 판단이 주가 되기 때문에 개인의 성향이 진보든, 보수든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몇몇 사안에서 소수의 의견을 내왔다. 판결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후배 판사들에게 미칠 영향이라든지,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사회적 의미는 있었다. 대법관 전원합의체 내에서는 누구든 소수가 될 수 있고, 그 소수가 나중에는 사회적으로 다수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것을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의 차이만으로 보는 건 편협하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의 그러한 성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수많은 판결 중에 극히 일부다.”

-대법관들을 굳이 ‘진보적이다, 보수적이다’라고 나눌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대법원이 개개인의 성향 때문에 흔들릴 구조가 아니라는 거다. 법이라는 큰 기준이 있는데 법관이 거기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겠나.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정치학자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탓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 누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결정이 갈지(之)자가 되면 그게 사법부인가, 정치부지.”

-곧 4명의 차기 대법관이 임명된다. 차기 대법관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면.
“세계는 빠르게 디지털화, 국제화돼 가고 있다. 그러면 대법관도 그에 걸맞은 이해력과 흡수력을 갖춰야 한다. 자연스러운 사회적 흐름에 오픈돼 있는 분이면 좋겠다. 여기에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을 버리고 현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력을 갖춘 분이라면 훌륭한 대법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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