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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공권력의 힘겨루기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에 무제한의 자유가 허용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올해는 각국 정부가 사이버공간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잡지는 영국에서는 경찰이 e-메일과 온라인 통신 검색을 허용하는 규제 및 수사권법이 제정됐고 한국에서는 도박웹사이트가 불법화됐으며 미국에서는 연방정부로부터 인터넷 접속 비용을 제공받는 학교와 도서관들은 어린이들에게 해로운 내용을 봉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올해는 각국 정부가 인터넷에 의해 초래된 법률적 관할범위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잡지는 말하고 지난해 11월20일 프랑스 정부가 ''야후!''에 대해 나치유품 경매를 계속할 경우 오는 2월말부터 매일 10만프랑(1만3천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판결함으로써 이같은 움직임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연합(EU)이 제정한 새로운 법률에 따라 유럽 소비자들은 EU역내에 근거를 둔 인터넷사이트들을 자국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됐으며 이 법률은 국제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라고 잡지는 말하고 미국은 이미 해킹과 인터넷 사기, 어린이 음란물 등에 대한 법률들을 조화시키기 위해 체결된 유럽각료회의 사이버범죄조약의 내용을 추인했다고 전했다.

불과 5년전에 ''사이버공간 독립선언''을 통해 "정부는 우리를 통치할 도덕적 권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두려워할만한 통제수단도 없다"고 말한 인터넷 운동의 선구자 존 페리 발로우의 외침은 이제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됐다고 잡지는 말했다.

온라인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지리적인 관할구역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영토에 근거를 둔 법률들에 의해서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송신자와 수신자가 어디에 있건 데이터는 거의 즉각 전달되고 다국적 기업들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어느나라에 둘 것인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 국가간 경쟁까지 유발시키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사이버공간에서 그렇게 무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잠재력이 강한 통제수단도 확보하고 있다고 잡지는 말하고 필터링이 그 한가지로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장비나 해외의 온라인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에 있는 PC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특정한 사이트에의 접속을 봉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는 덜 알려진 것이지만 중요성은 더 큰 것으로 웹사이트들 자체가 사용자를 봉쇄하는 기술이 있는데 외국에서 접속해들어오는 방문자에게 특별한 광고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기술을 사용해 ISP의 ''IP 주소''를 추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인터넷 상에 오른 컴퓨터 뿐만 아니라 사용자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바로 이 기술을 근거로 야후!에 대한 판결을 내린 것이며 야후!는 프랑스 사용자들이 나치유품 온라인 경매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막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기술전문가 패널은 IP주소 추적으로 프랑스 인터넷사용자의 60% 이상을 추적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필터링이나 IP주소 추적기술 등은 완벽하지 못하지만 그 점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어쨌든 특정한 정보를 얻는데 드는 비용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사이버공간 규제에 도움이 된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기술들은 또 정부의 필요에서보다는 전자상거래의 필요에 의해 더욱 효율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배달속도를 높이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업체인 아카마이사는 최근 정확하게 사이트 방문자의 소재지와 방문시간을 알아내는 에지스케이프라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고 잡지는 소개했다.

또 인터넷엔지니어링태스크포스(IETF)가 설계한 IPV6라는 기술도 곧 온라인 기업들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현재는 ISP들이 접속할 때마다 다른 IP주소를 부여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들의 익명성이 보호되고 있으나 IPV6는 새롭게 확대된 IP주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중에는 각 컴퓨터의 네트워크 연결 하드웨어 일련번호가 들어있기 때문에 데이터가 송신될 때마다 사용자의 전자지문이 따라다니게 된다고 잡지는 설명했다.

각국 정부는 이같은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적인 통제로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고 잡지는 말했다.

미얀마는 웹사이트 접속 자체를 금지하고 허가받지 않고 모뎀을 사용하는 경우 징역 15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해놨고 중국은 인터넷 기업들에게 영업면허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전자도박 등의 불법상행위를 신용카드업체나 다른 금융중개기관들에 대한 통제를 통해 규제하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이와 함께 가장 유망한 온라인세계 통제수단으로 정부간 협력체제 구축이 나타나고 있다고 잡지는 말하고 이를 통해 관할권 문제와 법률간 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저작권조약이나 유럽각료회의의 사이버범죄조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자상거래 관련 규정 등이 그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자유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정부 규제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동료 대 동료(피어-투-피어) 네트워크로 프리넷(FreeNet)의 경우는 서류의 복사본을 자동적으로 인터넷 전체에 확산시켜 어느 한 국가에 제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또 세이프웹(SafeWeb)은 곧 ''트라이앵글 보이''라는 서비스를 출범시킬 예정이며 이는 민주국가의 네티즌들이 자신들의 PC를 이른바 대리서버로 만들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의 네티즌들이 이를 통해 자국의 장벽을 뚫고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인터넷상에서 자유와 국가통제간의 투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이 전쟁에서 자유가 이길 가능성의 거의 없다고 잡지는 말하고 인터넷은 인쇄술의 발명 이후 가장 자유로운 기술이 될 수 있으나 각국 정부가 허용하는 경우에 한한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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