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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도깨비 난타' 동숭홀 공연

중앙일보

입력

올 겨울은 유난히 넌버벌(대사없는) 퍼포먼스 공연이 많았다. 지난달 미국의 세계적인 그룹 '스텀프'가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한 데 이어 지난 주말 막을 내린 러시아 광대극 '리체데이', 정동 상설극장에서 장기공연을 하고 있는 '난타'에 이르기까지 규모가 큰 작품들이 관객을 끌어모았다.

넌버벌 퍼포먼스 흥행의 기세를 몰아 도깨비를 소재로 한 이색공연 '도깨비 스톰'이 무대에 오른다. 18일~2월 25일 대학로 동숭홀. 일상생활에 지친 두 회사원이 꿈속에서 만난 도깨비들과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다양한 타악리듬으로 표현해낸다.

인간의 영혼을 두드리는 타악연주와 코믹한 연기, 현란한 물과 빛의 축제 등 분명히 '난타'와 비슷한 점이 많다. 지난주 시연회에서도 "난타와 뚜렷한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제일 먼저 나왔다.

기획사인 미루스테이지는 '뛰어난 연주'라고 자신있게 답한다. 우선 출연자 전원이 10여년간 풍물전문연주자로 활동해온 '프로'다. 예인동씨를 비롯해 이상훈·안경희씨 등 멤버 전원이 무용이나 국악을 전공했으며, '풍무악'이라는 이름으로 3년간 정동극장에서 타악공연을 했다.

지난해엔 사물놀이를 응용한 판놀이 형식의 공연 레퍼토리를 개발해 일본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난타가 일상생활(주방)의 도구를 이용했다면 이 작품은 전통소품을 악기로 만들어 사용한 점도 큰 차이다. 항아리에 소가죽을 씌운 북과 대나무에 철을 붙여 엮어 만든 '삼발이대나무' 등 전통 소재들이 '도깨비'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악기로 변모한다.

팀 대표인 예인동씨는 "빗자루나 나무 등으로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도깨비'와 풍물을 한데 어울러 한국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난타가 국내공연에서 성공해 해외로 진출한 사례라면, '도깨비 스톰'은 공연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외국공연 계약을 먼저 성사시킨 독특한 사례다.

지난해 8월 익산 세계공연예술제에서 30분짜리 샘플공연을 본 외국 바이어들이 앞다퉈 공연제의를 해온 것. 오는 3월 뉴질랜드를 비롯해 5월 미국·캐나다, 7월 홍콩, 8월 에든버러 페스티벌(프린지 참가), 11월 일본 등 올해만 어림잡아 7~8개국에 달한다.

초연작품을 한달넘게 공연하는 것도 국내흥행을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패션계의 서태지'로 불리는 문군이 스태프로 참여해 무대의상을 만들었다. 오후 7시30분, 토.일 및 설연휴 오후 3시.6시. 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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