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서바이벌 게임의 변수

중앙일보

입력

올시즌 요미우리 마운드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정민태,정민철,조성민 3인방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일단 이 들이 1군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최고의 몸상태를 만드는 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이 들이 스프링 캠프에서 훈련을 열심히 해서 좋은 구위만 보여주면 만사형통인가? 문제는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요미우리 투수진의 구성이 매우 복잡한 양상을 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요미우리 선발진의 면면을 고려해볼 때, 최악의 경우 한국인 3인방 모두가 (구위에 관계없이) 1군에 한명도 못 올라올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1. 5인 로테이션인가 6인 로테이션인가?

2001시즌을 맞는 요미우리 선발진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원이 풍부한 상황이다. 일단 젊은 투수로는 우에하라와 다카하시가 있고, 베테랑급으론 구도,사이토,구와타가 포진해 있다.

또 용병으론 작년 12승을 거둔 메이가 버티고 있다. 여기다 내년 시즌 재기를 노리는 니시야마나 가와모토,가와하라까지 선발자리를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양적으로 질적으로 우수한 요미우리 투수들에게 정민태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이 선발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 중 올시즌 선발로테이션이 확실시 되는 투수는 구도,우에하라,메이,다카하시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여느 팀처럼 요미우리가 선발 5인제로 갈 경우 남은 자리는 하나가 된다. 이 경우 제 5선발자리를 놓고 남은 투수들이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현상이 불가피해 진다.

따라서 정민태 등이 남은 한자리를 놓고 고액 연봉자이자 여전히 높은 지명도를 가진 구와타나 사이토와 버거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사이토는 작년시즌 말부터 재기의 기미를 보이고 있고, 구와타는 올시즌 은퇴를 걸고 시즌에 임하고 있어 더욱 부담이 가는 상대다.

따라서 이렇게 요미우리가 5인 선발제로 갈 경우, 작년처럼 용병을 메이 한명으로만 끌고 갈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나가시마 감독이 6인 로테이션을 선택한다면 얘기는 다소 달라진다. 이미 나가시마 감독은 작년시즌 후반기에 6인 로테이션으로 재미를 본 경험이 있고, 또 요미우리 선발진엔 노장투수가 많기 때문에 6인제의 확률이 적지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만약 요미우리가 선발진을 6명으로 끌고 갈 경우, 한국인 3인방에게도 그만큼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나가시마 감독이 어떤 로테이션을 체택하는냐는 한국인 3총사에게 있어 올시즌 무시못할 변수인 것이다.

2. 요미우리의 마무리는 누구인가?

현재 요미우리는 선발진 뿐만아니라 마무리를 비롯한 불펜진도 명확히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느낌이다. 선발진이 너무 뛰어난 투수가 많아서 인선에 애를 먹는다면 불펜진은 마땅한 마무리 감이 없어서 혼란스럽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초 나가시마 감독은 메이저급 마무리를 영입함으로써 뒤를 보강하려 했지만 이게 보류됨에 따라 더욱 상황이 혼미해지고 있다. 일단 마무리 후보론 마키하라,오카지마,조성민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상태론 모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단 마키하라는 경험에선 앞서지만 작년시즌 최악이었고, 오카지마는 구위는 인정받았지만 그가 마무리로 돌면 가뜩이나 불안한 불펜진에 구멍이 더욱 커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조성민은 잠재력은 탁월하지만 부상과 경기력 회복여부가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요미우리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시즌 중에라도 용병 마무리를 영입할 태세이기 때문에 더욱 안개속이다.

이렇게 선발, 마무리가 정리되지 못하니 계투진 또한 누가 들어갈지 확실치가 않다. 즉 지금 요미우리 투수진은 우수한 질과 양을 갖추고 있지만, 그걸 어디다가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지 못해 더욱 한국인 삼총사의 미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의 미야타 코치는 올시즌 개막전 투수를 3월에나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작년시즌 일치감치 우에하라를 개막전 선발로 내정한 것과는 판이한 발언이었다. 이에 덧붙여 미야타 코치는 앞으로 이름보단 구위를 보고 개막전 투수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지금 요미우리 투수진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쟁쟁한 인물들로 짜여져있다는 반증임과 동시에 이들 투수들 간의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전력을 극대화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성민,정민철,정민태 한국인 3인방의 생존은 그들 스스로가 스프링 캠프부터 자신들의 전력을 다 쏟는다는 전제에 덧붙여 요미우리 코칭스테프의 투수진 운용이라는 타적(他的)인 요인에까지 영향을 받게 되었다.

한국인 거인 삼총사의 일본 정벌이 꽤나 힘들고 고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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