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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튜어디스가 술집서 서빙? 女승무원들 '분통'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모의 스튜어디스들이 최상의 서비스로 접대합니다.”

요즘 점심시간 대 서울 강남역 출구 앞 길거리에선 스튜어디스 복장의 늘씬한 여성들이 명함 크기의 유흥업소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얼핏 봐도 목에 맨 스카프까지 항공사 스튜어디스와 똑같아 보이지만, 이들의 치마는 항공사 공식 유니폼보다 20㎝ 넘게 짧아 보였다.

이들이 홍보하는 가게는 스튜어디스 복장의 여성들만 나오는 일종의 ‘컨셉트 바’. ‘스튜어디스 바’라고도 불리는 바는 강남역ㆍ여의도ㆍ무교동 등지에서 성업 중이다. 종업원들은 직접 거리로 나가 “스튜어디스가 술을 따라준다”며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인근 스튜어디스 학원을 다니는 스튜어디스 지망생 홍지인(23)씨는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에겐 선망의 옷인데, 이를 ‘업소용 의상’으로 입고 다니는 걸 보니 불쾌하다”고 했다.

논란이 된 항공사 유니폼은 2005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지안 프랑코 페레(Gian Franco Ferre)가 직접 디자인해서 유명해졌다. 하늘색 실크 블라우스와 비녀를 연상시키는 헤어핀, 스카프가 특징이다. ‘스튜어디스 바’ 직원들은 항공사 유니폼과 똑같은 옷을 입고 손님들을 접대한다. 기내 서비스를 연상시키는 메뉴와 인테리어도 특징이다.

메뉴는 비행기 객실 등급 이름에서 따왔다. 이코노미 코스(14만9000원)가 가장 저렴하고 비즈니스 클래스(21만원)와 퍼스트 클래스(26만9000원) 등도 있다. 이들 코스 메뉴는 ‘양주+안주+스튜어디스까지 제공’이라고 적어놨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매니저 김모(33)씨는 “원하는 스튜어디스가 있으면 10만원에 한 명씩 앉힐 수 있다”고 귀띔했다. 봉사료를 받는 유흥주점과 비슷한 업태인 셈이다.

스튜어디스 바에 대해 현직 스튜어디스와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항공사 스튜어디스 7년차인 김모(29)씨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 병원에서 우리와 유사한 유니폼을 입는 게 유행이란 얘기는 들었지만, 술집에서 입는 건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튜어디스 최모(25)씨는 “우리 유니폼을 입고 전단지를 돌리는 걸보고 회사 동기인 줄 알고 식겁했다”며 “다른 곳에선 못 입게 회사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끈했다.

실제로 이 유니폼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4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튜어디스 바’ 외에도 여군 복장의 여직원이 등장하는 ‘컨셉트 바’도 여의도에서 유행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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