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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이버 대학등 9곳 개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콘텐츠 업체에 다니는 김철환(32) 대리. 지난 12일 한 사이버 대학의 인터넷콘텐츠 학과에 입학 신청을 했다. 김대리는 3월부터 퇴근후 틈틈이 집에서 인터넷으로 수업을 받아 3~4년안에 정식 학사 학위를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지 7년이 넘어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어 고민하던 그에게는 좋은 기회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는 사이버 고등교육 과정 시대가 열린다.

3월이면 9개대학 39개 학과에 약 6천2백20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도 일반 사립대학의 절반 수준의 학비로 인터넷에서 학위를 따게 된다. 7개 학교에선 정식 학사학위, 2개 학교에선 2년제 전문학사 학위를 준다.

각 사이버대학들은 이를 위해 서버등 하드웨어 설비, 홈페이지 시스템, 교육 콘텐츠 구축 등의 준비를 완료하고 이달 말까지 입학을 원하는 신입생들의 접수를 받고 있다.

사이버 대학은 고등학교 이상을 마쳐야 입학자격이 주어지고, 필수와 선택 과목을 골고루 이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으며 졸업하면 대학원 진학이 가능한 점은 일반 대학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디지털관련 전문교육이 주종을 이루며 ▶대학 재학생보다는 사회인에게 필요한 과목이 많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인터넷경영학과 등 4개 학과를 개설한 열린사이버대학은 자체 공간이 성균관대 6백주년기념관 2층과 5층에 나눠져 있는 60여평 사무실이 전부. 하지만 오프라인 세미나나 실습에 필요한 시설은 성균관대 시설을 나눠쓴다.

무 엇보다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KIDC) 에 있는 10대의 첨단 서버가 대학 캠퍼스의 역할을 대신해 동영상 강의.온라인 토론 등을 사이버 공간에서 제공하게 된다.

교육부 인가를 받은 9개 대학은 학과별로 1명의 전임 교원을 확보했다. 전임 교원들 외에 대학의 교수들도 강의에 참여한다.

대부분의 사이버 대학들이 여러 대학이 연합한 컨소시엄 형태이거나 기존의 대학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열린사이버대학 사무처의 손창래 차장은 "기존 대학 시설과 교수들을 활용하면서도 기존 대학에는 없는 콘텐츠마케팅.웹사이트 구축실습 등의 전문 과정을 개설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교육과정이 사이버 상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희사이버대학 관계자는 "사이버 공간 외에 필요하면 주말 등을 이용, 멀티미디어 교육관에서 강의를 하게 된다" 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사이버 대학은 99년 초부터 15개 기관 65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학점을 따면 오프라인 캠퍼스에서 학점 인정을 해줬던 탓에 대학재학생들이 주로 수강했다.

성균관대 황대준 교수는 "사이버 대학이 본궤도?오르면 재교육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학교교육을 마치고 재교육을 받는 비율은 한국이 5.4%로 프랑스 40%, 미국 3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일본도 전체 학교 졸업생의 13%가 재교육 혜택을 누린다.

법적.산업적 뒷받침을 해주기 위한 조직도 출범했다. 지난 9일 이화여대.숙명여대.동아대 등 대학총장 10명과 사이버대학 학장 13명, SK텔레콤과 삼성SDS 등 대기업과 교육콘텐츠 업체 17개가 모여 출범한 ''사이버교육학회'' 가 그것이다.

학회는 앞으로 ▶교육콘텐츠 표준을 만들고▶사이버 교육 활성화를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며 ▶차세대 인터넷에서 적당한 사이버 교육 모델을 만들게 된다.

학회 창립을 주도한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이상희 위원장(한나라당 의원) 은 "사이버 대학은 국내에 산업적.교육적으로 엄청난 파생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며 "내실있는 교육을 위해선 풍부한 교육 콘텐츠 구축과 이의 표준화가 필수적" 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대학 시장규모가 전세계적으로 5백억달러(약 55조원) 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사이버 대학에 장밋빛 미래만 열린 것은 아니다. 9개 대학들은 당장 국내 학생들에게 손짓중인 외국 사이버 대학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벌써부터 외국 유명대학의 강좌를 인터넷으로 수강하면 학위를 준다는 이아카데미.엠비존닷컴.제이앤비등의 업체들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사이버대학들은 외국 유명 사이버 대학과 상호 학점 인정과 콘텐츠 교류 등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적절한 감독도 필요하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전찬환 과장은 "수강생들이 불편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접속속도.콘텐츠의 질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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