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꽉 막힌 남북 교역 … 북, 황금평·나선 특구로 출구 모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해 9월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싼허(三合)에서 바라본 두만강과 북한의 모습. 북한의 최대 철광석 단지인 무산 인근 강바닥 모래에는 광산에서 떠내려온 철광 성분이 30% 가량 포함돼 있다. 작업에 동원된 포클레인이 강바닥에서 모래를 긁어 모으고 있다. 회령세관 앞 다리에서 북한으로 가는 중국 화물차들이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싼허=김경빈 기자]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실시한 ‘5·24조치’, 즉 남북 경협 축소 및 교류 제한 조치가 24일로 2년을 맞는다. 과거 정권 때와 달리 현 정부의 5·24조치는 엄격했다. 도발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게 취지였다. 하지만 북한은 우회로를 찾아냈다. 중국과의 경협 확대로 현금 확보를 위한 돌파구를 뚫었다. 중국과 협력해 신의주의 황금평, 나선(나진·선봉)지역을 제2, 제3의 개성공단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 기업들의 주문 상품을 생산하던 평양과 남포의 공장들은 요즘 중국 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5·24 조치의 예외로 남겨둔 개성공단, 황금평·나진, 북·중 경계지대의 중국 기업소,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종국적으론 북한 개혁·개방의 맹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일 베이징 시내 중국 상무부.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선언을 했다. 여기엔 “양국이 지정하는 역외가공지역 생산품에 특혜관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발표 당시엔 개성공단에만 주목했지만 중국 쪽 관심사는 북·중 합작사업인 황금평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황금평은 중국의 개성공단”이라며 “북한의 땅과 인력, 중국의 자본·기술이란 측면에서 성격이 같다”고 말했다. 한반도 상황이 변화할 경우 남~북~중을 잇는 경제벨트의 핵심이 될 것이란 얘기다. 다만 개발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나선 지역에선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다. 중국은 지난해 6월부터 취안허(圈河) 세관의 국경 맞은편 북한 측 원정리 세관에서 함경북도 나선시(나선항)로 이어지는 53㎞ 도로를 포장했다.

 중국은 나선항도 정비했다. 물류센터를 신설하고 300만t을 하역할 수 있는 1호 부두도 수리했다. 최근 훈춘의 버스터미널에서 나선까지 100㎞ 거리를 하루 두 차례 25인승 버스로 운행하는 노선도 만들었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대외팀장은 “나선항을 이용할 경우 화물 t당 약 1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며 “중국엔 인프라 투자를 하고도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북한도 적극적인 자세다. 지난해 12월 3일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을 제정하고 합영법·합작법을 개정하는 등 14개 법령을 손질했다. 특히 황금평에 대해선 “특혜정책을 실시하는 특수경제지대”라고 공언했다.

 문제는 속도다. 당초 중국이 개발키로 한 나선항 4~6호 부두 착공식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안병민 교통연구원 동북아센터장은 이를 “북한의 숨고르기”로 표현했다.

 황금평에선 지난 10일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한다. 올해 안에 황금평 개발은 어렵다는 의미다. 황금평 개발을 위해 구성된 중국 5개 기업의 컨소시엄 관계자들도 단둥(丹東)에서 철수했다. 조 팀장은 “김정은이 대중 의존도 심화에 우려를 표명하자 지도부가 황금평과 나선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중 FTA 의제로 올려놓을 정도로 신경을 쓰는 황금평의 미래는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