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요신문 장점 살린 통진당 폭력사태 보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1호 30면

당구장에서 먹는 짜장면이 제일 맛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잡지는? 단연 미용실에서 보는 잡지가 가장 재미있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간 미용실에서 엄마의 이른바 ‘장정구 파마’가 진행되는 동안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고 화려한 사람들의 삶이 담긴 잡지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구장 짜장면 맛이 좋았던 건 큐대와 나무젓가락 사이를 바삐 오가면서 재빠르게 먹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미용실과 잡지의 관계도 비슷했다. 엄마의 머리가 완성되면 화려한 잡지의 세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제한 때문에 더 몰입했던 것 같다.

독자 옴부즈맨 코너

얼마 전 미용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중앙SUNDAY S매거진을 꺼내들었다. S매거진의 장점은 무겁지도 두껍지도 않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손쉽게 꺼내볼 수 있다는 점이다. 5월 13일자 S매거진에서 눈에 띄는 기사는 ‘5월의 공원, 와인, 그리고 재즈’라는 기사였다. 공원과 와인, 재즈 3개 모두 내가 좋아하는 단어여서 제목만으로도 완벽한 기사였다.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지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 관한 기사였는데, 공연 프로그램과 연주자들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기사를 아무리 살펴봐도 공원과 재즈는 있는데, 와인은 없었다.

세 가지 중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빠진 것이다. 페스티벌에 참석한 이들에게 주최 측에서 와인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식의 내용을 상상했건만, 하다못해 싼 값에 제공한다는 말조차도 없었다. 하긴 요즘 포털사이트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기사들에 난무하는 낚시성 제목에 비하면 와인 없는 와인 기사는 그래도 용서할 만하다.

이 기사엔 펑크·하드 밥·비르투오조와 같은 용어에 대한 설명이 제공돼 초보자들도 쉽게 공연 프로그램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S매거진뿐만 아니라 본지에서도 그랬으면 한다. 특히 경제면의 ‘고수에게 듣는다’나 ‘딜로이트와 함께 하는 빅 데이터 경영’ 등에서 용어 설명을 제공한다면 좀 더 쉬운 내용이 될 것 같다. ‘레버리지(차입)’식으로 괄호 안에 간단하게 언급하는 식이 아니라 기사 마지막이나 처음 부분에 간단한 용어 설명을 곁들인다면 관심은 있지만 용어가 어려워 경제면을 건너뛰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1면과 3면에 보도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는 일요일자 신문으로서의 장점을 잘 살린 내용이었다. 일요일자를 발행하지 않는 신문들도 온라인으로 그 내용을 다루긴 했지만 주말에는 오프라인으로 살기로 마음먹은 나로서는 종이신문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4면과 5면, 2개 면에 걸쳐 나간 프랑스 좌파 정권 기사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이 유럽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피터 M 벡 아시아재단 한국대표의 한국 이름 영문 표기와 관련된 칼럼 ‘내가 엿장수라면’은 특히 흥미로웠다. 미국 상원의원이 김정일(Kim Jung Il)을 ‘김정 2세’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건전한 비판으로 다가온다.



권수미(번역가)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호주 매콰리 대학교에서 ‘사이버 문화와 법’ 석사 과정을 밟은 후,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