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시마 유 〈경정소녀〉

중앙일보

입력

경정이란 경기는 사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선 경기다. 1인용 모터보트 레이싱 대회를 말하는 이 경정은 경마처럼 돈을 걸고 하는 스릴 넘치는 스포츠다.

남녀가 함께 경기하는 드문 경기중의 하나인데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보완해서 경기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가벼운 몸무게는 경정에 유리하지만, 언제 다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명문 재벌의 집안 셋째 딸로 태어난 하야미 아키라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만 교육을 받아온 양가집 규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시험 없이 올라갈 수 있는(일본에는 이런 학교들이 종종 있다)명문 사립에 다니고 있던 아키라는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고 우연히 접한 경정을 보면서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명망 있는 집안의 셋째 딸로서 그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우선 어머니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대학에 가면 약혼자를 정해 결혼시키려던 어머니는 아키라가 반대하자 결국은 마음대로 유학보낼 결정을 내 버리고 아키라를 집안에 가둬버린다.

집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집에서 빠져나와 경정 연수원입소 자격 시험을 보게 된다. 매년 60명 정도의 수험생이 시험을 보지만 그 중에서 연수원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5,6명 정도다. 어렵게 연수원에 들어가게 됐지만 연수원에서의 1년 2개월은 남자들도 견디기 힘든 생활이다. 거기다 남자들의 무시는 장난이 아니다.

그 남자들에게 당당히 맞서지만 남자들은 결국 반칙까지 해 가면서 아키라를 위협하고 그 때문에 퇴소 당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게 된다.

경정이란 경기는 운항, 엔진 정비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섬세한 경기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경기이기도 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남보다 빨리 달려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 위험한 상황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자기가 남을 다치게 하는 상황도 벌어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도 남을 다치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키라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답답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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