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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도 뱅크런 … 코스피 1800선 깨져 연중 최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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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7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62.78포인트(3.40%) 내린 1782.46에 장을 마감해 1800선이 무너졌다. [김도훈 기자]

이번엔 스페인이다. 그리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세계 금융시장이 스페인발 악재로 한바탕 요동쳤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곤두박질쳤고 원화가치도 급락했다. 여덟 달 만에 다시 온 ‘검은 금요일’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9월처럼,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18일 코스피지수는 3.4% 추락해 1782.46으로 내려앉았다. 스페인 은행에 대한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과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우려, 그리스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의 해외 악재가 불안감을 부추겼다. 이 지수가 180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4.66%) 등 대형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하루 만에 37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외국인은 4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며 13일째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9.9원 떨어진 1172.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9일(1174.8원) 이후 최저치다. 세계 증시도 낙폭이 컸다. 17일(현지시간) 영국(-1.24%), 프랑스(-1.2%), 독일(-1.17%)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미국 나스닥지수는 2.1% 떨어져 넉 달 만에 최저였다.

 유럽 채무위기는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인 신문 ‘엘 문도’는 스페인 대형 은행 방키아에서 한 주간 10억 유로(약 1조5000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고 보도했다. 방키아는 최근 정부가 지분 45%를 떠안아 사실상 국유화한 은행이다. 스페인 정부가 ‘예금 인출 사태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동요를 잠재우지 못했다. 방키아 주가는 14.08% 폭락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개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 피치는 이날 그리스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내렸다.

 그리스에 대한 유럽 지도자들의 압박 강도도 높아졌다. 카럴 더 휘흐트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지금은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나 유로존을 이탈하면 누구든 단돈 1센트도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 정부가 연금이나 공무원 월급조차 주지 못하게 되고, 결국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야 하는데 이는 살인적인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휘흐트는 또 “지금 유럽중앙은행(ECB)과 EU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갖췄다”며 “1년 반 전에는 그리스가 이탈할 경우 연쇄 효과가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지난해 9월의 악몽이 재연될 것을 우려한다. 금요일이었던 지난해 9월 23일 코스피지수가 103포인트(5.72%) 급락하고 원화가치도 달러당 20원 가까이 떨어졌다. 당시 유럽 주요 은행에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났고 신용평가사가 그리스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내리며 유럽 채무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엔 유럽 위기와 함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가 또 있었다”며 “경제 여건이나 기업 실적에 비해 과도한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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