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잊을 만하면 … 끝나지 않은 케네디가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16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된 메리 케네디.

미국의 대표적인 명문 정치가문인 케네디가(家)가 또다시 비극을 맞았다. 법무장관과 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 로버트 케네디 2세의 부인인 메리 케네디가 뉴욕에서 숨졌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로버트 케네디의 형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메리는 뉴욕 북부 베드퍼드에 있는 로버트 케네디 2세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터넷매체인 레이더온라인닷컴 등은 “메리가 자살했다”고 보도했으나 아직 경찰과 유족들이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올해 52세인 메리는 사망 직전까지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메리는 로버트 케네디 2세의 두 번째 부인으로 1994년에 결혼해 자녀 4명을 두고 있다. 부부는 2010년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별거에 들어갔으며 메리는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남편인 로버트 케네디 2세는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메리의 변호사인 케리 로런스는 “현재 경찰이 사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메리의 사망 당시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케네디가의 며느리가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치자 이 가문의 끊이지 않는 비극이 다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외신들은 암살이나 비행기 추락과 같은 비극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는 ‘케네디가의 저주’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케네디 가문은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으로 사업에 크게 성공하고 영국 대사를 지낸 조셉 케네디가 보스턴 시장의 딸인 로즈와 결혼한 후 크게 번성했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4남5녀를 뒀다. 장남인 조는 제2차 세계대전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둘째인 존 F 케네디는 제3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63년 댈러스에서 암살됐다.

그의 아내인 재클린은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했지만 94년 암으로 죽었다. 일곱째인 로버트는 형이 대통령을 지낼 때 법무장관으로 일한 후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선에 참여,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68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유세 중 총탄에 쓰러졌다. 막내인 에드워드는 20대에 정계에 진출해 47년간 상원의원을 지내다 2009년 지병인 악성 뇌종양으로 숨졌다. 한때 에드워드는 미래의 대권 주자로 꼽혔지만 69년 형 로버트의 여성 선거운동원을 차에 태우고 달리다 강물에 추락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에드워드는 무사했지만 동승했던 여성이 숨지는 바람에 대권의 꿈을 접었다.

 케네디가 자매들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셋째인 로즈마리는 정신지체 등으로 평생을 수용시설에서 보냈다. 넷째인 캐슬린은 48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이 같은 불행은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존 F 케네디의 아들 존은 99년 경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해 39세로 생을 마감했다.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 데이비드는 84년 약물과다 복용으로, 여섯째인 마이클은 97년 스키사고로 숨졌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아들인 에드워드 2세는 어린 시절 병에 걸려 다리 한쪽을 잃었다.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인 에드워드 클라인은 “케네디가의 비극적 가족사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며 “모험적 성향과 과도한 경쟁의식, 나르시시즘 등이 비극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