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매일 3.7명’ 지하철 성범죄 방치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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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2월 19세 남성이 여중생을 서울의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한 뒤 끌고 내려 성폭행까지 하려 한 사건이 일어났다. 며칠 전에는 남성이 전동차 옆자리에 앉은 여성을 팔꿈치로 성추행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돌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중 교통 시설인 지하철이 치안의 사각지대가 돼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청이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08년 546건에서 2010년 1342건으로 증가했다. 매일 3.7명의 여성이 성범죄 대상이 된 것이다. 또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어제 발표한 서울 지역 성폭력 사건 분석 결과에 따르면 통행인구가 많은 1호선 신도림역 인근과 2호선 신림역~강남역 구간에서 성추행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몰카(몰래카메라) 사건의 경우 80%가 지하철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성범죄를 막아야 할 단속 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지하철수사대의 경우 2010년 120명에서 지난해 104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중 지하철에서 단속활동을 벌이거나 16개 출장소에 나가 있는 인력은 9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들이 최선을 다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인력으로 서울 시내 343개 전철역을 담당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여건에선 여성 자신이 조심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지하철 내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수사대 등 단속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3월 핵안보 정상회의 개최로 지하철역 구내 순찰 활동이 강화되면서 지하철 범죄 건수가 줄었다고 한다. 또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구간에는 단속 인력을 집중 배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대 여성전용칸·혼성칸·남성전용칸 분리 운영도 검토해볼 만하다. 열려 있지만 폐쇄된 공간인 지하철이 ‘달리는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