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밀수품 1위는 ‘닌텐도 게임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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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사이버 밀수 1위 품목은 불법복제된 게임칩으로 나타났다.

 15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의 사이버 불법거래 단속 실적은 6999억원에 달했다. 2007년 995억원에서 4년 만에 7배로 급증했다. 이 중 서울세관이 적발한 품목(2851억원) 중 가장 많은 건 가정용 전기제품(1070억원)이었다. 대부분 중국 등지에서 불법복제한 닌텐도 게임칩이다. 이어 해외 유명상표를 베낀 짝퉁상품이 많은 가방(888억원)과 시계(187억원), 의류(119억원) 순이었다.

 밀수품 사이버 거래는 주로 오픈마켓이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를 통해 이뤄진다. 판매업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족·친구 등 다른 사람의 명의로 아이디를 만든다. 판매대금도 차명계좌를 통해 받아 추적을 어렵게 한다.

 중국산 짝퉁 루이비통 가방을 팔던 인터넷카페 운영자 A씨도 같은 수법을 썼다. 남의 이름으로 카페를 개설하고, 이미 사망한 사람 명의 계좌로 돈을 받았다. 2009년 5월부터 2년 반 동안 이렇게 팔아온 짝퉁 가방이 3064점. 진품으로 따지면 시가 약 63억원어치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서울세관의 ‘위장구매’ 수사에 걸려들었다. 세관 직원은 직접 물건을 사면서 배송지와 인터넷주소(IP) 등을 추적했다. 구매한 가방은 루이비통코리아에 넘겨 짝퉁이라는 확인을 받았다. 세관은 압수수색으로 증거물을 확보한 뒤 A씨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서울세관 임활규 수사팀장은 “사이트에 적힌 판매자 정보는 다 가짜여서 추적이 쉽지 않다”며 “정보 수집과 범칙행위 확인을 위해 위장구매를 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서울세관은 사이버밀수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소액특송화물 면세폭이 확대되면서 미국에서 들어오는 전자상거래 물품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루이비통코리아와 샤넬코리아 등 유명 상표권 업체도 참석했다. 서울세관 김관호 사이버조사과장은 “관련 업체와 불법거래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교환할 방침”이라며 “사이버조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단속역량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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