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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쿠스코? 쿠스코!

중앙일보

입력

먼 옛날... '나 밖에 몰라 황제'가 라마로 둔갑한 희한한 사연이 있었으니...!

아주 먼 옛날, 중남미의 어느 나라에 쿠스코란 이름의 황제가 있었다. 세상에서 그 무엇 하나 무서울 게 없던 이 황제는 양지바른 언덕 마을에 자신의 여름 별장을 만들어서 '쿠스코토피아'를 세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농부 파차에게 "이리 오너라!" 명령을 내린다. 참, 쿠스코가 어떤 캐릭터인지 소개를 안 했군요. 브레이크 댄스곡에 맞춰 신나게 발바닥을 튕기다가 누구든 자신의 흥을 깨뜨리거나 기분을 잡치게 하면 깎아지른 성밖으로 집어던질 만큼 망나니 카리스마를 가진 황제라고 소개하면 감이 잡히죠?

한편, 황제의 왕좌를 노리는 마녀 보좌관 이즈마가 있었으니, 이 쭈그렁 말라깽이 마녀는 쿠스코 몰래 황제를 사칭하다가 쿠스코에게 덜커덕 적발된다. 쿠스코가 "넌 모가지야!"라고 호통치자 "네?! 제 모가지가 어때서요?"라며 사태 파악을 못하던 이즈마는 쿠스코를 독살시키겠다고 결심한다.

파차는 조상 때부터 올망졸망 모여서 행복한 보금자리로 가꾸어온 언덕 마을이 재개발 공사를 위한 불도저에 흔적도 없이 쓸려버릴 것이란 생각이 들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집으로 돌아온 파차는 헛간 마차를 집어넣다가 꿈틀거리는 자루 하나를 발견한다.

아뿔사, 그 자루 속에 라마 한 마리가 들어있는 것이 않는가! 게다가 사람처럼 말까지 하는 게 아닌가! 잠깐, 잠깐! 스토리를 너무 건너뛰었군요!

쿠스코에게 해고당하자, 머리 끝까지 분노가 폭발한 이즈마는 자신의 시종 크롱크를 앞세워 황제를 독살시킬 계획을 세운다. 칼침? 노! 몰매? 노! 그렇다면... 독살? 예스!! 마지막 저녁 만찬 때 이즈마는 쿠스코에게 자신이 조제한 약을 포도주에 타서 마시게 한다.

포도주가 유난히 맛있다며 단숨에 들이마신 쿠스코는 "크롱크, 포도주 리필되나?"라는 대사를 끝으로 식탁에 쓰러진다. 그런데 세상에 죽은 줄 알았던 쿠스코가 서서히 라마로 둔갑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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