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의 홍콩뷰] 중국 자본시장 규제 완화 기대감 … 본토 증권주 올들어 최대 30% 급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올 초부터 중국 증권주가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말에 있었던 하이퉁증권의 홍콩 증시 상장이 좋은 예다. 이 회사는 기관투자가 유치를 위해 홍콩에서 경영진 로드쇼를 나흘 동안 하기로 돼 있었다. 삼성자산운용과는 마지막 날 미팅 일정이 잡혔다. 그런데 하루 전날 갑자기 취소됐다. 투자자가 몰려 예정보다 일정을 하루 당겨 마무리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하이퉁증권은 예정된 신주 발행 물량보다 네 배나 많은 투자자가 몰린 가운데 성황리에 상장됐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주요 증권사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이달 들어 차익 실현으로 소폭 조정이 있지만,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신증권이나 하이퉁증권 주가는 올 들어 3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11% 상승했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증시 주변 환경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1분기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수수료율도 증권사 간 경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기업공개(IPO) 물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분기 IPO 물량이 32%나 감소했다.

 그런데도 증권주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규제완화와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궈슈칭(郭樹淸) 증권감독위원장이 있다. 지난해 10월 증감위 수장에 오른 그는 자본시장 개혁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외국인적격투자가(QFII) 투자한도 증액, IPO 제도 개혁안, 증권사 자본규제 완화, 상장폐지제도 개선안이 나왔다. 이달 들어서도 거래 수수료 인하 등을 발표했다. 또 증감위 위원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중국 증시가 저평가됐다고 이야기하면서 노골적인 증시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가운데 특히 증권사 자본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대형 증권사는 자본비율(자산/자본)이 두 배 수준으로 한국의 5배, 미국의 12배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중국의 자본규제가 완화된다면 같은 자본을 가지고 외형과 수익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왜 갑자기 자본시장 개혁을 서두르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실물경제는 고속 성장하는데 금융시장은 뒤처지고 있어 향후 실물경제 성장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중국에서 기업 자금조달은 90% 이상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에서 예대마진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은행은 안전한 국영기업 위주로 대출을 하는 반면 리스크를 감수하며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은행에서 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데 정부가 은행에 돈을 풀라고 해도 이것이 기업에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금리 자율화를 도입해 리스크를 감안한 금리 책정이 필요하다. 또 선진국처럼 주식과 채권시장을 발전시켜 자금조달 통로 역할을 맡겨야 한다. 중국 정부도 자본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