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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학점 안 보고 뽑으니 … 지방대생이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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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춘천에서 편의점에 가면 뭘 사나요?” “대구 지역 편의점에서 개선할 점은 뭔가요?” 지난달 말 치러진 보광훼미리마트 인턴 사원 최종면접에서 지원자들은 이 회사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춘천·대구·원주 등 지역 소재 대학을 졸업한 이들에게 각자의 출신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 것이다. 국제 정세나 정치·경제 상식 같은, 상투적인 ‘지식형’ 질문들은 없었다.

 이런 면접의 결과는 합격자 중 지방 소재 대학 출신자가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3일 발표된 134명의 최종 합격자 중 수도권과 지방 소재 대학 출신자가 똑같이 67명씩이었다. 이들은 다음 달 20일까지 전국의 훼미리마트 직영점에서 부점장으로 제품발주, 상품운영, 진열 등을 맡아 일한 뒤 근무태도와 역량에 따라 정규직으로 정식 채용된다. 지난해 인턴사원의 정규직 전환율은 90% 이상이었다.

 훼미리마트는 갈수록 지방대 출신 인턴 채용을 늘리고 있다. 2009년에는 신규 채용자 중 38.6%가, 2010년에는 42.9%, 2011년 55.2%가 지방 소재 대학 졸업자였다. 훼미리마트 류철환 인사팀장은 “토익이나 학점보다 직무역량을, 지식 면접보다 인성 면접을 중심으로 평가했더니 수도권과 지방권 대학 출신자 사이에 뚜렷한 능력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사업의 특성상 지역의 특색을 아는 지방대 출신이 업무에 더 적합한 경우도 있다. 훼미리마트 제주영업부는 32명의 직원 중 27명이 제주도 출신으로, 지역 특화 사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지난 2월부터 올레길 주변 31개 점포에서 올레 관광상품 21종을 판매하고 있고, 지난 2008년에는 제주도와 손을 잡고 제주 상품브랜드 ‘제주애’를 개발하기도 했다. 장인용 제주영업부장은 “이 지역 출신 직원이 많기 때문에 지역 상권이나 소비자 특성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훼미리마트는 대학생 대상 취업설명회인 캠퍼스 리크루팅에서도 지방 소재 대학 방문 횟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도권 21개 대학과 지방 18개 대학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수도권 10개 대학과 지방 16개 대학에서 설명회를 했다.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취업설명회 횟수가 역전된 것이다.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보지 않는다는 기업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국내 기업 668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출신학교가 채용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답변은 59.3%, “영향을 준다”는 답은 40.7%로 나타났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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