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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RB 전격 금리인하 조치 비판론 대두

중앙일보

입력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기업과 소비자 신뢰를 회복시킨다는 목적과는 달리 불안감을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일자 최근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그린스펀의장이 시장을 놀라게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아니며 오히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주되 그들이 원하는 시기에 대충 맞춰서 주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잡지는 그러나 지난 3일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인하폭도 평소 0.25%포인트의 2배인 0.5%포인트에 달했고 예정됐던 통화정책위원회 회의까지 기다리지도 않고 단행됐다며 이는 러시아 채무위기 때와 지난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사의 부도위기 당시에 이뤄졌던 것보다 더 극적인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장은 주가급등으로 반응했고 금융안정도 촉진됐지만 그린스펀 의장이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호하다고 잡지는 말했다.

이번 조치는 성급하고 심지어 당황한 듯한 인상을 준다고 잡지는 말하고 지난해 12월 소비자신뢰도는 2년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약했으며 실업보험 청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자동차판매가 하락했지만 이같은 통계수치들이 연착륙을 의심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린스펀 의장은 금리인하 전날 발표된 제조업활동통계 즉 제조업 활동이 전번 경기침체의 마지막 시기였던 지난 91년 4월 이후 최저라는 구매관리협회의 발표에 영향을 받은 것인가고 잡지는 반문했다.

제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불과하나 중요한 경제적 척도이기 때문에 이 통계를 다른 새로운 자료들과 함께 고려할 때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은 명백히 상승했다고 잡지는 말하고 그러나 그린스펀의장이 지난해 12월의 고용통계와 3.4분기 GDP 통계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까지 왜 기다리지 않은 것일까는 아직도 의문시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공개시장위원회 개최 때 금리인하를 발표하는 것이 더욱 조용하고 안정적이었을 것이며 중앙은행의 정책에는 이런 부분이 중요하고 이는 그린스펀 의장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충격은 미국 증시를 상승세로 되돌려 놓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FRB가 수요를 공급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유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필요한 경기적응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의 금융긴장을 악화시킬 위험이 명백하더라도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게된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잡지는 경기적응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그 충격은 더욱 심할 것이며 경기침체가 가능한 상태에서 과도한 자극은 인플레 심화는 물론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금융시장을 우려했을지도 모르나 금리인하 전날 나스닥은 지난해 연중 최고치에서 55%가 빠졌지만 일반증시는 낙폭이 훨씬 작았기 때문에 대부분 아직도 과대평가돼있는 상태인 기술주들의 시가를 올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잘못된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거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할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의 다른 부분에서도 삐걱대는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잡지는 말하고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자금시장은 말라가고 있고 기업들은 자금을 융통하기가 더욱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크본드와 美재무성채권간의 금리차는 지난 91년 경기침체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고 주식공개시장은 거의 문이 닫힌 상태이며 은행들은 기존 여신이 부실화되면서 대출조건을 강화하고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잡지는 당황한 기색의 통화공급 완화정책으로는 이 모든 상황들이 중장기적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FRB가 다른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상황, 즉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사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았기 때문에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잡지는 말하고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FRB의 성급한 금리인하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옹호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첫날 반응과는 달리 이 조치가 이미 너무 늦은 것이며 성공여부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기업 및 소비자신뢰도를 회복시키기 위한 FRB 조치의 효율성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통화공급 완화정책은 최근 역사를 살펴볼 때 발표효과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이번에도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면 성장률을 회복시킬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는 조지 W. 부시 당선자의 감세정책과 FRB가 직접 금리정책 변화를 국민들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 있는 점이 과거보다는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그러나 FRB가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
는 신문제목들은 정반대의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신문은 말하고 FRB가 미국경
제가 앓고 있는 병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가를 시사함으로써 국민들을 정말
불안하게 만들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hkim@yonhapnews.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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