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음식 조리할 때 마시는 유해가스도 폐암 원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세브란스병원 폐암클리닉 김주항 교수(오른쪽)가 폐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암에도 무서운 암·착한 암이 있다. 암 세포마다 진행속도와 침습 정도(암이 조직에 파고드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꼽는 착한 암은 갑상샘암이다. 진행속도가 느리며, 생존율이 95%를 웃돈다. 반면 가장 무서운 암은 폐암을 꼽는다. 빠른 속도로 퍼지며, 침습이 심하다. 사망률만 따져봤을 때 폐암이 단연 1위다. 조기 진단이 최선의 치료라고 부르는 이유다. 세브란스병원 폐암전문클리닉팀에게 폐암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들었다.

하루 두 갑 이상 흡연자 폐암 확률 60~70배

폐암의 발병의 주범은 단연 담배다. 세브란스병원 폐암클리닉팀장 김주항 교수(종양내과)는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13배 높다. 하루 두 갑씩 피우는 골초라면 확률은 60~70배로 높아진다. 담배에는 타르를 비롯한 20여 가지의 발암물질이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폐암 증상은 기침·가래 등 호흡기 이상이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다. 폐 중심 부위가 아니라 주변부에 암이 생겼을 때다. 이 경우 가슴 통증이 주증상으로 나타나 심장병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더 진행되면 주변부 폐암 세포가 뼈·간·뇌 등으로 전이돼 심한 두통이나 오심을 유발할 수 있다. 김주항 교수는 “뇌나 간검사를 하다 폐암이 의심돼 병원을 찾는 사람은 이미 말기 상태가 많다”고 말했다.

 주변 부위 폐암은 여성에게 많다. 간접흡연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담배 연기에 간접 노출만으로도 폐암 위험은 1.5배 높아진다. 김 교수는 “요리할 때 음식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도 위험요인”이라며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 중 섞인 중금속·미세먼지도 폐암의 발병을 부추긴다.

 폐암을 예방하는 첫걸음은 단연코 금연.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기검진이다. 폐암 5년 생존율은 15~16%로 낮지만 0~1기 생존율은 70~80%대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장기간 흡연한 고위험군이라면 40대부터 검진을 받는다. 방사선 피폭량을 줄인 저선량 CT(흉부 컴퓨터단층촬영)검진을 매년 받도록 한다. 여성, 또는 비흡연자는 40대 이후부터 3~4년에 한 번씩 받으면 된다.

 폐암 의심소견이 나오면 기관지내시경으로 조직을 떼 확진하고, 암세포의 종류를 파악한다. 전이 여부를 가리기 위해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나 자기공명영상(MRI)을 본다.

표적치료제 개발, 폐암환자 생존률 높아져

병기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폐암의 20%를 차지하는 소세포암(중심부에 주로 생김)은 암세포 증식이 빠르고, 초기에도 잘 전이된다. 수술로 떼기 보다 항암제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재발률이 높아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반면 비소세포폐암은 수술을 많이 한다.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정경영 교수는 “암이 생긴 폐를 부분 절제한 다음 주변 림프절도 함께 제거한다. 수술 후엔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요법도 실시한다”고 말했다.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폐암환자의 생존율은 물론 삶의 질도 높아졌다.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폐암환자에만 반응하는 치료제여서 대상은 한정된다. 하지만 치료효과는 매우 좋다. 김주항 교수는 “3기 이상도 생존기간을 3~4배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항암제와는 달리 구토·통증·탈모 등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표적치료제인 ‘이레사’는 EGFR라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잘 듣는다. 하루 한 번 복용한다. 또 다른 표적치료제로 ‘크리조티닙’은 ALK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사람에게 쓴다. 김 교수는 “우리 병원만 해도 10여 년 전엔 수술환자 5년 생존율이 30%대였지만 지금은 70%대로 크게 올랐다. 술후 합병증도 줄었다. 앞으로 유전자에 따른 표적치료제 사용과 다양한 치료법으로 생존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세브란스병원 폐암클리닉은

■ 호흡기내과 장준, 흉부외과 정경영,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를 중심으로 각 과가 협진
■ 표적항암제 및 신약임상클리닉 운영. 첨단 방사선 암치료기인 토모테라피 국내 최다 3만례 시술
■ 3A기 폐암환자 5년 생존율 76.2%, 1990년대 31.9 %에서 최근 두 배 이상 향상
■ 한 해 외래 1만2724명. 수술 2910건
■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스템으로 2주 안에 수술받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