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교사들도 모르는 곽노현의 교육희망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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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교육희망선언문’을 공동 발표한다. 선언문은 ▶초등학교 학급당 인원을 25명 이하로 줄이고 ▶자치구마다 위기학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유치원·초등학교에 보조교사를 증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예체 교육 활성화 등 일부 곽 교육감의 공약 사항을 제외하면 교사와 학부모 등이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서울시의 양대 수장이 합의한 만큼 향후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교사들은 대부분 선언문 발표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교사들은 “장기적인 교육 목표 설정은 바람직하지만 교사들도 모르게 내용을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과 구청장들은 대부분 불참을 선언했다. 정문진 새누리당 시의원은 “충분한 예산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선언은 학교 현장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언문이 정치 쟁점이 된 이유는 교육청이 제대로 된 협의 없이 발표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선언문 준비는 올 3월 시작됐다. 친(親)곽노현 교육감 관련 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곽 교육감의 재판 상황과 무관하게 공약은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고 요구해서다. 협의회에는 전교조·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이 소속돼 있다.

 그 사이 일선 교사들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한국교총, 각 구청 역시 논의에서 배제되긴 마찬가지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지난주에야 갑작스레 선언문 발표식에 참석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고 내용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선언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교육청이 선언문 발표를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교육계에서는 후보 매수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곽 교육감이 직을 잃더라도 공약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대못 박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정책은 안정성과 지속성이 생명인데 이번 선언문은 ‘곽 교육감 진영만의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한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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