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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선 괴물, 밖에선 유재석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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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프로 잡는 여고생’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효주는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승부근성으로 프로 언니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해맑게 웃는 얼굴에는 10대 소녀의 풋풋함이 묻어난다. [사진=이진욱 프리랜서]

“저기 봐, 프로 이긴 아마추어 그 애야.”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의 남서울 골프장. 국가대표 김효주(17·대원외고2)의 등장에 조용했던 골프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사인 공세에 김효주는 능숙하게 응했다. “언젠가 사인을 해줘야 할 날이 올 것 같아서 예전에 미리 만들어 뒀어요.(웃음)”

 아마추어 김효주는 요즘 프로보다 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효주는 지난 4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한 주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LPGA 챔피언십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공동 12위란 성적을 냈다. 4월 초 중·고등학생골프대회인 제주도지사배와 같은 달 말 퀸시리키트컵 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선수권 개인·단체전 우승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투어 무대의 큰 대회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고 모든 게 신기했어요. 떨리진 않았어요.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긴장됐겠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어디서, 누구와 경기하든 자신 있었어요.”

 1995년생인 김효주는 여섯 살 때 골프를 시작한 뒤 내내 ‘골프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7년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고 아마추어 무대에서 무려 16승을 기록하며 ‘괴물’로 통했다.

열일곱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 승부 근성으로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 문현희(29·호반건설)를 무려 9타 차로 제치고 우승한 뒤에는 ‘프로 잡는 괴물 여고생’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코스 밖에서는 ‘왕눈이’ ‘유재석’이라는 정반대의 별명으로 불린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노래를 즐겨 듣고 탤런트 김수현에게 열광하는 영락없는 17세 소녀다. “눈이 커서 어렸을 때부터 ‘왕눈이’라고 불렸는데 요즘엔 친구들이 ‘유재석’이라고 불러요. 골프장 밖에서는 진짜 말이 많고 수다스럽거든요.”

 여고생 김효주의 우상은 최나연(25·SK텔레콤)이다. 지난해 겨울 대만에서 열린 한 이벤트 대회에서 최나연을 만난 뒤 팬이 됐다. 그리고 지난 4월 롯데 LPGA 챔피언십 땐 최나연으로부터 홍삼 엑기스를 선물로 받았다. 그는 “너무 아까워 차마 먹지는 못했다”고 했다.

 뜨거운 4월을 보낸 김효주는 11일 막을 내린 르꼬끄배 전국 중·고등학생 골프대회에서 개인전 준우승,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화끈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김효주는 오는 9월 열리는 세계아마추어 골프팀선수권까지 아마추어로 활동한 뒤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김효주는 “이제까지 해온 것에 만족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최)나연 언니가 조언해준 대로 프로가 되기 전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김효주는

● 생년월일 : 1995년 7월 14일
● 출신지 : 강원도 원주
● 신장 : 1m65㎝
● 학교 : 육민관중학교-대원외고
● 골프 시작 : 6세
● 장기 : 쇼트 게임
● 취미 : 음악감상
● 주요 경력 : 2007~2009년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 2010년~현재 국가대표, 아마추어 16승, 프로 대회 1승(2012 롯데마트여자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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