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항공기 658대 피해...정부, 북한 GPS교란 중지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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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전파가 인천과 김포공항을 운항하는 각국 항공기들의 운항에 실제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던 주일 미군 군용기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신호 교란 열흘째인 9일 오후 1시 현재 GPS 교란 전파 영향권에 들었던 한·미·중·일 등의 민간 항공기는 모두 658대다. 정부 당국자는 “이 중 4대는 착륙 직전 신호 교란을 받아 회항한 뒤 다른 항법장치로 재착륙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서해안을 항해하는 선박들도 항행 혼선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북한에 대해 GPS 신호 교란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항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정부도 북한의 GPS 교란 행위가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해 국제사회의 대북 조치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GPS 신호 교란 행위는 유해한 혼신(混信)을 금지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헌장과 국제 민간항공기의 항행 안전을 보장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 두 기구를 통해 신호 교란 행위의 즉각적인 중지 및 재발방지를 북측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영공을 지나는 항공기들은 북한의 신호 교란에도 관성항법장치와 전방향표지시설 등을 이용해 정상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신호 혼선은 대형 사고의 위험성을 키운다는 게 정부 측 우려다. 북측은 이날 판문점 연락관 접촉에서 방송통신위원장 명의의 항의 서한을 보낸다는 우리 측 통보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신호 교란의 영향을 받은 항공기는 우리 국적기 10개사 609대, 외국 국적기 22개사 48대, 미 군용기 1대다. 매일 평균 60~70대씩 신호 교란 피해 보고가 들어오다 지난 6일부터는 평균 30~40 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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