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죽은 마이클 잭슨이 날 살렸어요"

미주중앙

입력

베니스 비치에서 티셔츠 가게를 하는 대니엘 임 사장이 망해가던 비즈니스를 살려준 `마이클 잭슨` 티셔츠를 펴보이고 있다.

죽은 마이클 잭슨이 펩시 광고에 컴백한다. 펩시는 지난 3일 마이클 잭슨 재단과 글로벌 마케팅 계약을 맺었다. 마이클 잭슨 사망 3주년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펩시는 전세계에서 달아오를 잭슨 추모 열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비단 그의 팬 뿐만이 아니다. 베니스 비치에서 티셔츠 가게를 하는 대니엘 임 사장도 그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마음이 숙연해진다.

임 사장은 잭슨을 은인이라고 부른다. 만나본 적도 돈을 빌려준 적도 없지만 죽은 잭슨은 망해가던 그의 비즈니스를 살려줬다. 임 사장은 63년생. 잭슨보다 5살이 적다. 중학교 교실에서 '문워크'를 흉내내던 그는 미국에 이민오면서 잭슨을 잊었다. 먹고 사느라 바빠 TV조차 마음대로 볼 시간이 없었다.

92년 베니스 비치에 티셔츠 가게를 연 뒤 17년간 새벽같이 나가 저녁까지 일하며 옷을 팔았다. 전세계 관광객을 고객으로 둔 티셔츠 장사는 짭짤했다. 여성복에 비해 계절을 타지 않고 캘리포니아 특유의 기념품으로 티셔츠 만한 상품이 없었다. 부부가 1년에 하루 이틀 놀 정도로 악착같이 십 수년을 일했더니 돈이 꽤 모였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변에서 '언제까지 티셔츠 장사 할거냐 상가 하나 사 놓으면 은퇴 후 걱정이 없다'며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 듣고보니 솔깃해서 샌퍼낸도 밸리의 목 좋은 곳에 상가 건물을 비싸게 주고 샀다. 부동산은 눈만 뜨면 가격이 올라가던 호경기였다. 매달 수입은 월 페이먼트를 내고도 까딱없었다. 그런데 몇달 뒤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졌다. 2008년 9월이었다.

"처음엔 신문 방송에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뉴스를 도배하기에 저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겠나. 옷이나 열심히 팔아야지 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관광객 수가 급감했다. 인파로 미어터졌던 해변 앞 길이 한산해졌다. 당장 매출의 30~40%가 줄어들었다. 매달 적자는 쌓여갔다. 생활비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버틸 만 했지만 상가 페이먼트는 '멍에'가 됐다. 하루하루 자금을 막느라 입 안이 헐 정도였다. 페니 하나 남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는 성격이라 더 힘들었다. 차고에 쌓인 재고는 큰 부담이 됐고 대금 결제일 상가 대출금이 매달 칼같이 돌아왔다. 임 사장 부부의 한숨은 깊어졌다.

"2010년 5월이 되자 더는 버티기가 힘들더군요. 1월부터 근근이 버텨왔는데 매상은 바닥을 기었죠. 이대로 그냥 문을 닫아야 하나. 그렇게 되면 비싼 권리금을 주고 산 가게는 헐값에 피땀 흘려 구입한 상가는 차압당하게 됐었죠. 하도 답답하니 자살 밖에 생각이 안 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 티셔츠는 팔린다." 그는 확신했다. 누가 뭐래도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은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인 스타였다. 그 길로 빌릴 수 있는 돈은 모두 빌려 LA다운타운 자바시장으로 갔다. 잭슨 티셔츠를 있는 대로 사들고 오면서 흥분과 불안이 교차했다.

티셔츠 장사는 감(感)의 장사다. 똑같은 옷이라도 진열 방식에 따라 매출이 몇 배 차이가 날 정도로 민감하다. 타이타닉 영화가 뜨면 디카프리오 얼굴이나 타이타닉 호가 그려진 티셔츠은 평소보다 수 배 수십 배가 팔린다.

오바마 티셔츠가 대선 6개월 전부터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고 당선을 확신할 정도였다. 하지만 잘못 짚어 엉뚱한 티셔츠를 대량 구입해 놓으면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다. 현금이 돌지 않으니 새 상품을 살 수 없게 되고 그러면 경쟁력이 떨어져 퇴출당한다.

고맙게도 잭슨 티셔츠는 '초대박'이었다. 매일 200~300개씩 팔렸다. 물건이 없어 손을 놓고 있던 다른 가게와 달리 잭슨 티셔츠를 종류대로 진열해 놓은 임씨의 가게로 관광객들이 몰렸다. 그렇게 두 달을 미친 듯이 팔고 나니 그동안 진 빚을 싹 정리하고 운영자금도 어느 정도 비축할 수 있었다.

"그때 잭슨이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앉아서 망할 뻔했었죠. 정말 20년 동안 피땀 흘린 비즈니스가 한번에 날아갈 뻔했지요. 잭슨이 남들에게는 스타일지 모르지만 제게 영원한 은인입니다."

글.사진=최상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