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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온 500살 팽나무, 새순 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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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부산 가덕도에서 해운대 APEC나루공원으로 옮겨심은 지 2년, 새 가지와 새순이 돋아나 성공적인 활착을 보여 준 팽나무(큰 사진). 부산시는 10일 팽나무의 고향인 율리마을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인 활착 기념식을 연다. 팽나무 2그루 앞에는 그동안의 사연을 담은 ‘할배나무와 할매나무 이야기’라는 안내판도 세웠다. [송봉근 기자]
부산 가덕도 율리마을에 있던 이 팽나무는 2010년 3월 바다 48㎞, 육지 1.6㎞를 바지선과 트레일러로 번갈아 싣는 등 25시간에 걸친 수송작전 끝에 옮겨왔다. [송봉근 기자]

수령 500년 된 팽나무 두 그루가 섬에서 육지로 시집와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부산시는 10일 오전 해운대구 우동 APEC나루공원에서 ‘팽나무 활착 성공’기념행사를 갖는다. 이 행사에는 팽나무의 고향이었던 강서구 성북동 가덕도 율리마을 주민 10여명과 부산시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팽나무들은 2010년 3월 29일 오전 7시부터 25시간에 걸친 007 수송작전 끝에 옮겨심었다. 부산시는 팽나무를 옮겨심은 지 2년이 지나면서 새 순이 돋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확인되자 기념식을 여는 것이다. 국내에서 500년 된 나무를 옮겨 심기는 드문 일이다.

 이동흡 부산시 그린부산 지원단장은 “최근 새 가지에서 새순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 이는 새 뿌리가 빨아올린 영양분으로 나무가 광합성 작용을 잘하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팽나무가 원래 자라던 부산 강서구 가덕도 율리마을 주민과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다. 율리마을 주민들은 행사를 마친 뒤 허남식 시장을 방문해 팽나무의 성공적인 정착을 축하할 예정이다.

 율리마을 김성진(41) 통장은 “마을을 지키던 팽나무가 새로운 곳에서 부산시의 수호목으로 자리잡은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팽나무 두 그루는 고향에서 당산나무로 귀한 대접을 받았었다. 그러나 왕복 2차로 도로가 나면서 베어질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은 옮겨줄 것을 요구했고 부산시는 많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2년 전 나무를 옮길 때는 바지선과 대형 트레일러를 이용해 바다 48㎞, 육지 1.6㎞를 이동하는 기록을 남겼다. 당시 옮겨심는 데 2억 5000만원이 들었다.

 팽나무 수송작전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높이 12m, 수관폭(樹冠幅, 가지 끝까지 거리) 15m인 팽나무의 해상운송을 위해서는 바다의 날씨와 파고, 물때를 감안하고 육상운송은 교통통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팽나무가 지나가는 도로주변의 전깃줄과 전화선은 모두 걷어냈다가 다시 설치했다. 팽나무는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바람에 바지선 모서리 쇠기둥을 잘라내고 실을 정도로 귀빈대우를 받았다. 바지선에 비스듬히 눕힌 것도 광안대교 밑을 통과하기 위해서다. 팽나무는 율리항~몰운대~영도~오륙도~광안대교를 거치는 12시간 항해 끝에 해운대 우동항에 도착한 뒤 트레일러로 APEC나루공원으로 옮겨졌다.

 부산시는 팽나무 두 그루 앞에 그동안 사연을 담은 ‘할배나무와 할매나무의 이야기’라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존도 만드는 등 명소로 가꿀 계획이다. 부산시는 앞으로도 영양과 수분관리를 계속하면서 팽나무가 잘 자라도록 가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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