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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정애의 시시각각

추문을 대하는 공당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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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정애
정치부문 차장

남자 A와 B라고 하자. 본인들은 강력 부인하니까 일단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A는 2002년 일로 구설에 올랐다. 숨진 동생의 아내를 추행했다는 거다. 그는 “제수가 나에게 돈을 얻어내기 위해 수시로 상경할 때 발생한 거다. 성추행 여부는 사법당국의 조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부인했다.

 B는 2004년 공직자 시절 일로 추문에 휩싸였다.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초등학교 어머니회 회장을 추행했고 이후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는 거다. B는 “결백하다. 2008년 총선 때 꾸며진 얘기로 당시 경찰조사까지 받아 허위사실이라고 확인됐다”며 삭발했다.

 A와 B는 모두 새누리당 총선 출마자다. 선거 와중 논란이 제기됐고 경쟁자가 폭로 과정을 도왔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A와 B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처법은 그러나 영 다르다.

 A의 일을 두곤 “과반 의석을 무너뜨려서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을 쇄신하겠다”(이준석)고 했다. 당이 자기희생적 결정을 한 양 말한 거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양쪽이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쪽의 얘기만 듣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물러선 거였는데도 그랬다. B에 대해선? 사실상 침묵하거나 거부감을 드러낸다. 질문을 받을 때면 마지못해 “선거철 얘기 아니냐” “당선됐는데 끝난 것 아니냐”고 답하는 식이다. ‘쇄신’을 강조한 이도 “내 메일함을 열어보면 30~40개가 ‘내가 이 사람 첩이다’와 같은 내용”이라며 흑색선전이란 취지로 말했다.

 사실 선거 때면 무수한 의혹이 제기되곤 한다. 그중 태반이 근거가 없거나 부풀려진 것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건 선거가 끝나면 언제 의혹을 제기했냐 싶게 사그라지곤 한다.

 하지만 두 의혹은 선거 후에도 굴러갔다. A, 다들 눈치챘듯 김형태 당선인의 경우 녹취록이 공개됐다. “큰아빠가 실수했다”는 내용 말이다. 결국 김 당선인이 탈당하는 수순으로 정리됐다. B의 경우엔 물증이 부족하다곤 하나 해당 여성이 1000여 명의 기자가 등록된 국회 기자회견장을 두 차례 찾았다. 그중 한 번은 선거일로부터 10여 일 지난 뒤였다. 근래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일도 있다. B는 논문 표절 의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쯤에선 이름을 얘기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다. 부산의 유재중 의원이다. 그를 두고 한 지역 언론인은 “‘김형태+문대성’인데 왜 서울에선 논란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격하게 토로했다.

 새누리당이 종국에 김형태 당선인 논란에 대처했듯 유 의원 논란에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공당으로서 의혹이 있는지 없는지 밝히는 게 도리이기 때문이다. 그게 궁극적으로 당사자들을 위한 일이고 새누리당이 다짐해 온 바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으로서야 잊힐 만하면 되살아나곤 하는 ‘한나라당=성나라당’이란 도식이 부담스러울 순 있다. 조용하게 넘길 수 있으면 넘기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남녀 문제는 시비를 가리기 어렵다는 현실적 난관도 있을 거다. 그래도 나서야 한다. 박 위원장의 말대로 “우리가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이)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독 유 의원 논란에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건 왜일까. 일부 당내 인사들이 보인 “박형준이 네거티브한 거다” “박형준을 도우려는 거냐”란 반응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박형준 전 의원은 유 의원의 경쟁자였다. 박근혜계에선 박 위원장에 맞설 제3후보 움직임의 진원지가 박 전 의원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막판 경선룰을 바꾸는 무리수를 두면서 당 밖으로 내치는 일까지 불사했다. 그 정도로 싫어했다. 그런 그가 간여한 폭로니 들리지도 믿기지도 않았을 거다.

 새누리당이 간과한 게 있다. 박형준 전 의원만 바라보다가 정작 놓친 현실 말이다. 피해자일 수도 있는 한 여성 말이다. 여성의 얘기가 진실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 새누리당의 한 당료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당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