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왕차관 검은돈’ 끝까지 파헤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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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그제 밤 구속 수감됐다.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다. 그간 박 전 차관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갖가지 의혹들의 진상이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현 정부 들어 ‘왕(王)비서관’ ‘왕차장’ ‘왕차관’으로 불려온 실세 중 실세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 보좌관을 지낸 그는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해왔다. 박 전 차관과 관련해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어제 “4년 전부터 일종의 112 신고를 했고 여러 차례 경고를 하고 언질을 줬는데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의 힘이 얼마나 무소불위(無所不爲)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박 전 차관을 수사해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다만 박 전 차관이 각종 이권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금품 수수 혐의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차관과 그 주변에 대한 검찰의 자금 추적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 전 차관 형의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돈이 입·출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박 전 차관이 ‘제3의 계좌’를 통해 세탁된 수천만원을 건네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문제의 계좌에 있던 돈이 파이시티 측과 연결되지 않은 또 다른 로비자금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비리와 연관됐을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금 거래 의혹에 대해선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이를 위해 박 전 차관의 ‘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인물로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을 빠른 시일 내에 조사해야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민간인 불법 사찰·증거인멸,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관련 CNK 주가조작 등에 박 전 차관이 연루됐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 4년간 ‘왕’이라 불린 사나이가 어떤 메커니즘 속에서 누구누구와 함께 무슨 거래를 해왔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