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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산맥도 결국은 '하늘'아래 뫼일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업체 하우리의 권석철 사장(31)은 좀 독특하다. 1백85cm의 큰 키에 비쩍 마른 몸도 그렇거니와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남들과 약간 다르다.
그는 한 때 개그맨을 꿈꿨다.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개그 콘테스트에도 수 차례 나가봤다. 입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소중한 추억이다.

요즘은 경마에 맛을 들였다. 일확천금을 노려서가 아니다. 마구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소리라도 질러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경마장에 갑니다. 거기서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

하우리는 무섭게 뜨는 신예 벤처기업이다. 그것도 안철수로 대표되는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시장에서 말이다. 하우리의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바이로봇’으로 올 한해 상도 많이 받았다. 한국기술대전에서 은상을 받았고 2000년 대한민국 벤처기업 대상에서는 정보통신 분야 드림벤처 최우수상을 받았다.

권사장 자신은 여기서 드림벤처 CEO상도 받았다. 최근에는 소프트엑스포 2000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정보통신 보안업무 유공자 국가정보원장 표창도 수상했다. 그야말로 올 한해 상복이 터진 것이다.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무척 기쁩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죠. 부담이 됩니다. 좀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앞섭니다.”

권사장은 지난 98년 3월, 남의 사무실 사장실을 빌려 5명이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전부터 그는 바이러스 백신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그가 먼저 본 것은 외국 시장. 외국에는 바이러스 백신 분야가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는 안철수연구소에 의해 거의 무료로 보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보았다’고 표현했다. 사용자의 선택권이 없는 독점적인 무료 보급. 다른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철수 산맥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맘도 들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어른들에게 덤빌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잖아요. 워낙 바이러스 백신시장에서 안철수 사장의 명성이 높아 사람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잖아요. 이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죠. ‘안철수에게 덤비는 겁 없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한 번 더 봐주지 않겠어요.”

사무실을 차린 권사장은 기존 백신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컴퓨터의 운영체계는 모두 윈도였는데 백신은 도스 모드에서 돌아갔다.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 윈도용 백신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결국 재부팅 없이 윈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 바이로봇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아직 안철수 제품만 찾았다.

“5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느 날 통장 잔고를 보니 20만원 남아 있더라구요. 암담했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오데요.”

지난 해 세계를 강타한 CIH바이러스. 이 바이러스에 컴퓨터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무렵 하우리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우리의 바이로봇이 외국 백신도 잡지 못하는 CIH바이러스를 잡는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을 타고 퍼지기 시작, 하우리의 매출이 급신장하면서 기반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싱가포르 이어 브라질 등에도 진출

“현재 국내 백신시장의 25∼30%를 점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안철수연구소의 V3 제품군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권사장은 해외진출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삼성과 공동으로 싱가포르에 ‘바이트랩’이란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브라질에도 바이러스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또 일본과 중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시아권을 먼저 장악한 후 세계를 넘본다는 게 권사장의 사업 복안이다. 그는 백신분야만 고집한다. 백신이 보안 모든 분야의 기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백신은 새끼손가락 역할을 합니다. 중심이 될 수는 없지만 없으면 바보가 되죠. 요소기술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권사장은 아직 소년기질을 갖고 있다. 부끄러운 듯 머쓱하게 웃는 모습이 그렇고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듯한 삶의 태도가 그렇다.

“혼자 운 적도 많아요. 학연, 지연 때문에, 기술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또 얼마치를 사줄 테니 얼마를 달라고 노골적으로 커미션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서럽더라구요. 회사가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에게는 제품을 팔지 않으리라 작정했죠.”

외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에도 권사장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만만하다.

“한국 사람들 성격이 얼마나 급합니까. 특히 컴퓨터 앞에서는 평소에 느긋하던 사람도 다혈질이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그런 기질만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국내 시장을 방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우선 국산 백신의 처리속도가 외산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거든요. 속도면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 한 사용자들은 결국 우리 편입니다.”

권사장은 최근 들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 매출액이 35억원을 돌파, 지난해 20억원보다 15억원이나 늘어난 데다 남들은 운영이 어려워 인원을 줄이는 마당에 15명이나 새로운 인원을 추가로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려 1천명 이상이나 지원을 했습니다. 사람 뽑는 작업도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백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하우리를 알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하늘 아래 우리가 있다’는 뜻의 회사 이름처럼 최고가 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권석철 대표의 북마크 파일

권석철 사장은 일벌레로 소문난 사람이다.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집도 회사 근처로 얻을 정도. 또 꼼꼼하다. 섣불리 일을 벌이지 않는다. 해야겠다고 맘먹으면 최대한 정보를 얻어 치밀하게 분석한 후 손을 댄다. 하우리를 설립하기 전 1년 정도 각종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의 이 같은 성격은 즐겨 찾는 북마크에서도 나타난다. 권사장은 일과 관련된 사이트를 주로 찾는다. 거기서 얻은 정보를 분석 가공하는 일도 그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
http://www.securityfocus.com
보안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 보안 관련 뉴스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 즐겨 찾는다. 특히 플랫폼에 따른 보안 관련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여기서 얻는 정보는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ttp://www.virusbtn.com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 바이러스 백신 제작자들이 모여서 만든 사이트.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이트다. 바이러스 백신 분야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 매일 들른다.

http://www.wildlist.org
권사장이 가입하고 있는 세계 바이러스 샘플 공유기구의 인터넷 사이트.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백신 제작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최근 인터넷 웜 바이러스가 세계 네트워크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어 이 기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회원들이 발표한 발견된 바이러스 리스트가 공개돼 있어 국내에 유입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의 목록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유용하다.

http://www.trusecure.com
정보보호 분야의 인증과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로 정보보호 관련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보안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익사 연구소의 연구자료도 볼 수 있어 빼놓지 않고 방문한다.

http://www.zdnet.com
가장 자주 들르는 포털 사이트. IT 분야와 관련된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www.iloveschool.co.kr
이 사이트는 개인적인 취미생활로 방문하는 곳. 회사를 경영하면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동창들 소식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가끔 머리를 식히면서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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