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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 항공사 등 업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부채가 많거나 원자재 수입부담이 큰 항공, 해운, 정유업계 등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외환시장은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전 장중 한때 원.달러 환율이 1천260원으로 전날보다 5원가량 오르는 등 불안한 양상을 지속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월 중순 달러당 1천100원대에서 한달여만에 100원이상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이 개선돼 일부 수출업체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반길 수 있겠지만 최근 급등세는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종별 환율 급등의 영향을 진단해본다.

◇항공사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데 이어 원화가치마저 큰폭으로 절하되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항공기 도입 등에 따른 외화부채가 대한항공 28억달러, 아시아나가 14억달러에 이르고 있어 원화가치가 1원 떨어질때마다 각각 28억원, 14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

게다가 두 항공사의 국내 영업비중이 60%가 넘고 외화관리시스템이 부족, 달러화 급등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데도 한계가 있어 앉아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수요가 적은 적자 노선의 운행중단과 감축운행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시아나는 이미 IMF때 노선을 정리, 더이상 운항을 줄이거나 없앨 노선이 없어 무방비 상태.

두 항공사는 환율 안정이 내년 상반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전사적인 대책마련에 부심중이다.

◇정유업계 = SK, LG정유, 에쓰-오일, 현대정유 등 정유업계는 환율상승으로 원유도입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원가부담으로 고민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환율상승에 따른 비용증가와 보통 3개월 가량 차이가 나는 원유도입대금 결제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환율상승분만큼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값 인하요인이 환율상승으로 상쇄돼 다음달에 휘발유 등 제품가격을 내리는 문제가 쉽게 결정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운= 외화부채가 많은 해운업계는 한해 회계를 정리하는 연말에 환율이 급등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해운업체들은 자산은 원화로, 부채는 달러화로 평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원화를 기준으로 결산을 할 경우 자산은 그대로인 반면 부채는 급증하기 때문에 환산손실이 손익계산서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러나 현금 흐름(cash flow) 측면에서는 `달러 매출-달러 비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환율이 급등 또는 급락하더라도 자연적으로 위험회피(hedge)가 된다고 업계관계자는 설명했다.

◇수출업계 = 원.달러 환율 상승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무협은 원화가 10% 하락하면 수출물량은 그 해 4.29%, 다음해 2.14%, 그 다음해 0.72% 등 3년간 7.15% 늘어나 총 20억달러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 수입물량은 그 해에만 2.3%(28억달러) 감소, 따라서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3년간 총 4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급등세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의견이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원화가 절하되면 수출경쟁력이 좋아진다"며 "그러나 완만하게 상승하지 않고 최근같이 급등할 경우에는 해외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는 등 나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전자.조선.철강 = 자동차는 엔진 독자개발 등으로 부품이 거의 100%국산화된데다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는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이익도 늘어나는 업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출은 대부분 미 달러화를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환율이 사업계획상 환율보다 높아지면 그만큼 환차익이 생긴다"며 "환차익 부분은 현지 마케팅 확대나 유동성 개선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도 환율상승으로 가전제품은 물론 반도체와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등 주요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긍정적인 영향을 줄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상승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조선업계는 선박 대금이 달러로 들어오기 때문에 과거에 낮은 환율대에서 수주했던 선박의 대금이 환율이 상승할 경우 그 가치가 늘어나는 환차익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그러나 조선업계가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환율 상승폭이 수개월간 지속되고 경쟁국의 환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업종은 환율 상승이 매출, 이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생겨 철강 수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철강석, 석탄 등의 수입 원료 가격도 올라가 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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