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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속의 돌의 미학 해설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문화에서 돌의 아름다움을 파헤쳐 들어간 책이 눈길을 끕니다. 국립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원인 박방룡 님 등 4명이 함께 쓴 '징검다리 건너 석성에 오르다'(다른세상 펴냄)가 그 책입니다.

'석조문화로 본 한국미 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돌로 만든 축대에서부터 읍성 도성 등의 성곽, 돌다리, 고인돌, 석물 등 돌로 만들어진 우리 문화 유산을 모두 모아 사진과 함께 해설한 별난 책입니다.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도구는 돌로 만들어졌을 것이다"로 시작되는 이 책에서 지은이들은 "돌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화강암이 많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돌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한 우리 나라의 돌의 미학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마감된 도시의 거리에서 돌을 쉽게 찾아볼 수 없지요. 하지만 도시에서 조금만 나가도 흔하디 흔한 것이 바로 돌이지요. 오죽하면 하찮은 것을 이야기할 때, 돌에 비유하기까지 했겠습니까. 우리 조상들은 그 흔한 돌을 삶과 문화의 기본 도구이자 예술품으로 살려냈습니다.

경북 영주의 부석사는 산비탈의 경사가 심한 지형에 위치한 까닭에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 축대를 쌓지 않을 수 없었지요. 10단으로 이루어진 석축은 극락정토 신앙을 마음에 새기며 무량수전까지 올라가라는 의미로 지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이 부석사의 석축은 큼직한 돌들을 한쪽 면을 바르게 하여 맞추어놓은 뒤, 빈 공간에 잔돌을 끼워넣어 제멋대로 생긴 크고 작은 돌들의 모양이 살아나 있습니다.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배합이라고 지은이는 감탄을 아끼지 않습니다.

부석사의 석축에 비하면 불국사의 석축은 잘 다듬은 돌로 일정한 규칙을 갖고 경쾌한 리듬감을 주도록 축조한 예술품입니다. 같은 절의 돌 축대이지만,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대에 이어 돌로 된 성을 들춰냅니다. 외침의 수난을 많이 받았던 우리 역사를 증거하듯 남아 있는 각지의 성곽들은 초기에 흙으로 만든 토성, 나무기둥을 이용한 목책성 등이 있었지만, 성곽의 규모가 커지면서 흙대신 돌을 이용해 성을 지었다고 합니다.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의 해미읍성을 기억하는 사람은 돌로 된 성곽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해미읍성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읍성 가운데 가장 완벽하답니다. '조선후기 성곽의 꽃'으로 불리는 수원성 또한 성곽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성이지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성곽들이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지어졌으며,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지 지은이들은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진들과 함께 들어있어 지은이들의 해설을 손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요. 흑백의 사진들의 돌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석축과 석성에 이어, '돌다리' '고인돌' '석물'등에 대해서도 차례차례, 주요 작품 사진을 보여주면서 해설하고 있습니다.

굳이 깎아내기 힘들었던 돌을 이용해 건물을 짓고, 무덤을 지어야 했던 우리 선조들의 문화를 보면서, 우리는 단순히 돌의 아름다움만을 볼 것이 아니라, 돌을 깎는 손과 마음에 담겼던 조상들의 숨결을 그대로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들이 이 책을 쓴 까닭입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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