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교국 쿠바 경제사절단 첫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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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와 미수교국인 쿠바의 첫 공식 경제사절단이 7일부터 11일까지 방한한다. 외교통상부는 6일 “쿠바 대외무역외국인투자부 노엘 바스케스 페레스(사절단장) 국장과 관광교통공사 부사장, 니켈무역공사 이사, 자동차정비공사 사장 등 네 명이 국내 민간기업들과의 교류 및 실질적 경제협력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쿠바의 국영기업 인사들이 방한한 적은 있지만 국장급 정부 인사가 공식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오기는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는 “쿠바 측에서 방한 의사를 먼저 타진해 왔다”며 “쿠바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와 가전 등의 경쟁력이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절단은 방한 기간 KOTRA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등을 방문하고, 외교통상부 장근호 중남미국장과 한동만 국제경제국장을 각각 면담한다.

 외교가에선 쿠바 경제사절단의 방한이 우리 정부와 쿠바의 관계개선을 위한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쿠바는 중동의 시리아, 발칸의 마케도니아·코소보와 함께 미수교 4개국 중 하나다.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북방외교’로 이념과 체제에 상관없이 전방위 수교를 했지만 당시 미국의 적성국 시리아와 쿠바는 미수교국으로 남았다. 정부는 2~3년 전 양국의 교역 증가세를 반영해 관계개선을 위한 물밑 접촉을 한 적도 있다. 수천만 달러 수준이던 우리 기업의 대쿠바 수출액은 2006년 이후 2억~3억 달러대로 급증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관계개선 분위기도 한몫했다.

 하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쿠바 측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었다. 쿠바는 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뒤 한국과 교류를 단절한 반면 북한과는 맹방 관계를 유지했다. 김일성과 카스트로는 서로를 ‘혁명동지’로 부르기도 했다. 다만 최근 북한과 쿠바의 실질적 교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외교부는 쿠바의 경제사절단 방한에 의미를 두면서도 확대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간 다양한 분야로 교류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치적 관계개선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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