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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찾으면 국가소유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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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8년 상주에서 공개된 훈민정음 해례본의 일부(사진 왼쪽)와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복사본. [중앙포토]

현재 ‘행방불명’ 상태에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 상주본(이하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된다. 문화재청(청장 김찬)은 5일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상주본의 소유권을 인정받은 조용훈(67·경북 상주)씨가 소유권 일체를 국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주본의 행방이 확인될 경우, 이를 국가가 관리·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증서 전달식은 7일 오후 1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다.

 ◆상주본, 어디서 나타나 어디로 사라졌나=훈민정음의 제작원리를 해설해 놓은 훈민정음 해례본은 서울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간송본이 유일한 판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7월 말, 경북 상주에 살고 있던 배모(49)씨가 집을 수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 상주본의 감정를 의뢰하면서 새로운 판본인 상주본이 세상에 공개됐다.

 같은 해 10월, 골동품업자 조용훈씨는 “배씨가 고서적 두 상자를 30만원에 사 가면서 해례본을 몰래 넣어 훔쳐갔다”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원래 경북 안동 광흥사의 나한상(羅漢像)에 들어있던 복장(腹藏) 유물을 1999년 문화재 도굴범인 서모(51)씨가 훔쳐 조씨에게 팔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지만, 상주본의 원 출처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배씨와 조씨는 절도와 무고 등으로 맞고소를 했고, 재판은 3년 넘게 계속됐다. 대법원은 지난 해 6월 “배씨가 훔친 것이니 조씨에게 돌려주라”며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배씨는 법원의 인도 요구에 응하지 않고 상주본을 감춰 버렸다. 지난해 9월 배씨는 문화재보호법위반(은닉 및 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10년형을 받고 수감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무죄와 소유권을 보장해 줄 경우에만 행방을 밝히겠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해외 반출 우려도=상주본은 전체 33장 중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지만, 간송본에는 없는 표기·소리에 대한 당시 연구자의 주석이 들어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금전적 가치는 최소 2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단은 행방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경찰과 법원이 그동안 여러차례 배씨 집과 주변을 압수수색 했지만 흔적을 찾지 못해 “이미 해외에 팔아넘긴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씨에게 상주본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문화재청은 수감중인 배씨를 설득하는 한편, 강제집행 등 다각적인 회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배씨는 복역 중 항소했으며, 항소심 2차 심리가 10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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