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05년 중국 후한의 환관 채륜이 종이를 발명했다. 이후 중국에서 꽃피운 목판인쇄술은 대륙 전역에 불교를 실어 나르며, 동아시아 삼국을 하나로 묶어냈다. 이 종이가 서역에 전파되자 이곳에선 9∼15세기에 걸쳐 200만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유럽에 전파된 종이는 근대문명을 촉발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 종이란 무엇인가. 한·중·일·대만 동아시아 4국의 저명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댔다. 5∼21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페이퍼 로드, 지적상상(紙的想像)의 길’이란 제목의 전시를 연다. 안상수·하라켄야(일본)·뤼징런(중국) 등 각국 대표 그래픽·책·타이포그래피(글꼴) 디자이너 150여 명이 종이 작품 1000여 점을 내놓는다.
개막식이 열리는 7일엔 코엑스 컨퍼런스홀에서 ‘한중일 및 동아시아 종이 문화 네트워크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심포지엄도 열린다. 이어령·정병규·칸타이킁(중국)·스기우라 고헤이(일본)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입장료 일반 1만원. 02-3470-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