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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벤츠 중고차 값 최대 500만원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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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양재동 오토갤러리의 BMW 중고차 매장에서 딜러가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신차 값은 많이 내렸 던데 중고차는 안 깎아주나요?”

 지난달 19일 서울 양재동 중고차 매매시장인 오토갤러리 1층. 박진석(45) BMW 오토갤러리 지점장의 안내를 받던 10여 명의 고객 중 장모(47·자영업)씨가 매장 한가운데 놓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BMW X3를 보며 물었다. 박 지점장은 “ 중고차 가격은 당연히 신차 가격에 연동된다”며 X3 차량 쪽으로 고객들을 안내했다.

 한·미 FTA 발효가 수입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가격도 끌어내렸다. BMW코리아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스파르탄버그 생산공장에서 만들어져 수입되는 X3, X5, X6의 판매 가격을 최대 3.95% 인하했다. 통관 기준 관세 인하분(4%)을 반영한 것이다. ‘X5 30d’의 경우 신차 가격이 기존 9980만원에서 400만원 내렸다. 중고차 시장에서 한·미 FTA 발효 전 7600만~7800만원 하던 2011년형 모델이 현재 7200만~7300만원에 거래된다. 연식에 따라 인하 폭이 신차와 같거나 오히려 크기까지 하다. 박 지점장은 “BMW X시리즈의 경우 평소 일주일에 한 대 정도 팔리던 게 요즘은 3, 4대 나갈 정도로 인기가 많아 매물 구하기가 힘들다”고 시황을 전했다. 오토갤러리에서 만난 유기현(42·자영업)씨는 “중고차라고 해도 수입차를 사기에는 가격 부담이 있었는데 FTA 덕분에 가격이 매력적으로 변했다”며 “이번 기회에 한 대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BMW 외에도 벤츠 C클래스, 폴크스바겐 골프 등 3000만~4000만원대의 독일산 수입중고차가 인기몰이 중이다.

 반면에 FTA 최대 수혜주로 예상됐던 미국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예상 밖으로 고전 중이다. 신차 가격 인하 영향을 받아 중고차 가격 역시 300만∼400만원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 중고차 딜러인 이철주(48) 오토뱅크 이사는 “기름값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연비가 안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FTA 가격 인하 효과가 미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를 들여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일본산 브랜드 역시 중고차 시장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오토플라자에 따르면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캠리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100만~3200만원 선이다. 2012년형 캠리의 가격(3490만원)과 비슷하다.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중고차 가격 인하 효과는 아직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국내 최대 중고차 전문기업인 SK엔카의 최현석(44) 이사는 “세금 혜택을 받은 미국산 신차들이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 수입 중고차의 가격이 더욱 낮아지고 거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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