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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깔본 中여성, 파출소 바닥에 오줌 누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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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3파출소에서 검거 된 중국인 남성이 “나를 죄인 취급하느냐”며 경찰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했다. [사진 영등포경찰서]

전체 주민 3만1404명 중 외국인 3872명(12%)이 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대림역이 있어 하루 유동인구가 7만 명에 달한다. 외국인에 유동인구까지 많다 보니 강력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1일 홧김에 편의점 여직원을 수차례 칼로 찌른 중국인도 이곳에서 검거됐다.

 지난달 29일 이 지역을 관할하는 대림3파출소를 찾았더니 경찰들이 하루 종일 외국인과 씨름하고 있었다. 경찰은 4월 한 달간 횡포를 부리는 외국인을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파출소 바닥에 오줌을 눈 중국인 여성이 오히려 “씨X”이라며 욕설을 하고, 한 남성이 삿대질을 하며 “나를 죄인 취급하는 거냐”며 대드는 장면이 담겼다. 파출소 관계자는 “중국에 비해 한국 경찰이 절차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오히려 우습게 본다”고 말했다. 온정주의의 폐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밀집지역을 관할하는 일선 경찰들은 치안 유지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국인 지문날인 제도를 폐지한 데다, 법무부에서 경찰에 외국인 정보를 공개하는 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외국인 지문날인은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인권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폐지했다. 하지만 2004~2008년 외국인 범죄가 2배 이상 급증하자 2009년 법무부가 발의해 외국인의 지문과 얼굴 사진을 수집하도록 하는 법률을 다시 만들었다.

 올해 경찰청의 공개 수배자 17명 중 외국인은 베트남인 즈엉반장(31) 한 명으로, 수배자 명단 일곱 번째에 들어있다. 그러나 정부가 외국인 정보 수집에 소홀한 사이 강력범죄를 저지른 즈엉반장은 행방조차 묘연하다. 부산 강서경찰서 오종환 경사는 “출입국관리소에서 컬러 사진과 손가락의 지문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만 제공해도 검거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정보 제공을 하지 않자 서울 대림3파출소 전상민 팀장은 손수 ‘중국 동포 관리대장’을 만들었다. 지난 4년간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은 중국인 200여 명의 외국인 등록증을 복사해 이름과 사진 등 필요한 정보를 모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외국인 관련 기록을 경찰에 넘기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지문 등 입국한 외국인 정보를 받기로 해 예산과 서버 용량을 확보해 놨지만 법무부가 안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강제출국자의 경우 손가락 지문 정보를 이미 경찰과 공유하고 있다”며 “추가 공유범위에 대해 경찰과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사회학) 박사는 “법무부와 경찰은 자존심 싸움을 그만두고 외국인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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